요즘 박근혜, 호남생각에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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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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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율 고공비행 언제까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동료의원에게 활짝 웃으며 화답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동료의원에게 활짝 웃으며 화답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태풍이 될까, 찻잔 속의 미풍일까.’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을 민주당이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대선 지지도 1위를 기록하거나 지지율이 20%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27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3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하는 등 호남지역 선거 결과가 잇따라 신통치 않게 나온 터여서 민주당의 긴장도는 상당하다.

○ 야권 주자들과 호각 이룬 호남 지지율

박 전 대표는 지난달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호남(광주, 전남북)에서 18.3%로 1위였다. 민주당 소속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13.8%), 손학규 대표(12.8%), 정동영 최고위원(10.0%),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6.2%) 등 야권 주자들을 모두 제쳤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다른 한나라당 정치인들의 지지율이 호남에서 1∼2%에 그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에 앞서 9월 7일 ‘리서치앤리서치(R&R)’ 조사에서도 호남지역에서 박 전 대표는 19.6%로 1위를 차지했다. 문화일보의 1일 여론조사에서는 박 전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이 13.0%로 다소 빠졌지만 순위는 정동영 최고위원(23.6%)에 이어 2위였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야권 대선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세종시 정국을 기점으로 호남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가 아닌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박근혜’로 인식돼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 엇갈리는 분석과 전망

박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 추이가 ‘반짝 효과’가 될지, ‘트렌드’가 될지에 대해선 민주당 내의 분석이 엇갈린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6일 한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당과 지역을 떠나 상당한 맹목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 현상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만이 당과 지역을 떠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6·2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평균 15.27%를 득표한 것과 결부해 호남 표심에 근본적인 변화 조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이용섭 의원은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권태가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로 변화하는 기류는 있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조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민주당이 변하지 않고 계속 실망을 안겨준다면 호남의 표심이 박 전 대표에게 진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형준 명지대 교수(교양학부 정치학)는 “호남지역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다른 한나라당 후보들에 비해선 탄탄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야 후보의 일대일 대결이 펼쳐지는 선거 국면까지 현재의 구도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17대 대선 때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도 선거 초반엔 호남에서의 지지도가 20%를 넘었지만 막상 실제 대선 득표율은 9%에 그쳤다는 얘기였다.

한편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는 호남에서의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과 이를 둘러싼 민주당의 다양한 관측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핵심 친박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논란에서 보여준 국토 균형발전 의지, 호남 출신 대권주자의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향후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사회통합이나 국민화합 정책을 발표하면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낙관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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