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지기 직전까지…황장엽의 덕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1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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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87)는 10일 숨지기 직전까지 가족과 제자들의 건강과 정신적 발전을 기원하는 덕담을 건넸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10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 급히 달려온 한 제자는 7일 황 전 비서와의 마지막 대화를 회고하며 애써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매주 목요일 후학들과의 철학 공부가 끝난 뒤 선생님께서 '당신들이 앞으로 철학과 인생을 완성하기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제자들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선생님께서는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네'라고 하셨습니다."

황 전 비서는 이어 "먼저 자기를 사랑해야 가족을 사랑하고 국가를 사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도 진정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유명한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주장한 핵심 명제다.

이 제자는 "선생님께서 자기를 사랑하라는 것도 남을 해치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남을 사랑해 가족과 사회, 국가가 사랑으로 충만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전 비서는 또 사망 직전 수양딸 김모 씨에게 "요즘 건강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몸부터 단단히 챙기라"고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김 씨가 빈소에 도착한 지인들에게 "내 걱정을 하시더니 먼저 가셨다"며 애써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김 씨는 10일 오후 늦게까지 빈소를 지키며 장례 문제 등을 상의했다.

11일 새벽까지 빈소를 지킨 측근들은 "열심히 공부해 장차 큰 사람이 되라"는 황 전 비서의 덕담이 아직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한 측근은 "황 전 비서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후학들에게 입버릇처럼 '사람이 훌륭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일찍부터 큰 꿈을 정하고 노력한 사람만이 그렇게 될 수 있다. 큰 꿈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고 말해왔다"고 회고했다.

황 전 비서는 지난달 30일 대북 단파라디오 자유북한방송의 '황장엽의 민주주의 강좌'를 통해 "개인이 죽어도 집단은 죽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가 살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역설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개인보다 민족에의 헌신을 요구한 것이라고 한 측근은 설명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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