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실무회담 열자” 손 내밀어

동아일보 입력 2010-09-17 03:00수정 2010-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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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임기내 당국 대화 일절 안한다더니…
北으로 가는 수해지원용 밀가루 경기도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민간단체가 16일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 이후 처음으로 수해지원용 밀가루 530t을 북한으로 보냈다. 이날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어린이들이 밀가루를 싣고 개성으로 떠나는 트럭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파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북한이 2008년 10월 이후 중단된 남북 장성급 군사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해 왔다고 군 당국이 16일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 측이 15일 오전 서해지구 군 통신을 통해 쌍방 간 군사적 합의 이행에 따른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평화의집)에서 남북 장성급 군사실무회담을 열자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군은 “북측이 언급한 현안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민간단체의 전단(삐라) 살포 문제 및 우리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의 해상훈련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남북은 2004년 6월 4일 장성급회담을 통해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지금으로선 수용 여부를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시인이나 사과 등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었고 의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수용 여부를 현재 유관 부처가 신중히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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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군사실무회담 제의는 북한이 대남 유화 공세를 위해 가동할 수 있는 모든 대화 채널을 동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남한의 수해 지원 제의를 받아들이고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제의하면서 10일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 준(準)당국 간 만남인 적십자 접촉은 17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다.

군사실무회담이 성사되면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첫 남북 당국 간 공식 회담이 열리게 된다. 북한은 대화 의제도 수해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전단 살포와 서해 NLL 문제 등 남북 간 갈등의 핵심인 정치 군사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5월 25일 “이명박 정부의 임기 기간에 당국 사이의 대화와 접촉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제의는 돌발적인 것이 아니라 남북 당국 간 비공식 대화를 통해 사전에 조율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적십자 실무접촉에 이어 군사실무회담까지 열리면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대북 경제지원 문제 등 양측이 원하는 핵심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제의가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일 경우 남한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전통문에 명시한 의제로 봐서는 생산적인 회담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의제라면 현재로선 수용 여부가 불투명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와 북한군 군사대표부 간에 대령급 회담이 열렸다. 양측은 천안함 피격사건을 다룰 장성급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회담은 북한의 남북 장성급군사실무회담 제안 여부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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