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경제특보 ‘MB정부 경제정책 방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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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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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보다 내수 살리기 집중할 때”

강만수 위원장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건국 이래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며 공격적 재정정책과 적극적인 기업지원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강만수 위원장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건국 이래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며 공격적 재정정책과 적극적인 기업지원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 판단으로 한국은 (1948년)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며 “지금은 재정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재정지출을 더 늘려 기업을 돕고 내수를 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를 한 계단 성장시킬 수 있는 내수진작 정책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레저산업 등의 서비스산업 육성을 꼽았다.

강 위원장의 이런 ‘공격적 재정정책과 적극적인 기업 지원’ 발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친(親)서민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며 재정건전성 강화를 강조해온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는 배치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향후 경제정책 기조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강 위원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빌딩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무역수지에서 언제 또다시 일본을 이기겠으며 천하의 (일본)도요타자동차가 (언제 또) 이렇게 비틀거리겠느냐”며 “이런 역사적 흐름을 볼 때 당장은 욕을 들어먹더라도 이 기회에서 국운 융성의 기틀을 깔아야 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404억 달러(약 47조2680억 원)로 일본(287억 달러)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그는 “그런 (국운 융성의) 역할은 기업이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 정부는 전략적으로 기업을 더 지원해 라이벌(경쟁자)을 이길 수 있도록 후원해야 한다. 위기가 끝나고 전쟁이 끝나면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들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공격적 경제운영을 위해 감세(減稅)와 저금리 정책을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친서민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최근의 논란을 의식한 듯 “(내 얘기는) 친기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찾아온 기회를 살리자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국은 감세와 재정지출을 빨리, 그리고 확대 실시한 덕분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하고 있다”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재정건전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라이벌은 더 어렵다. 이럴 때 그들을 공격해 쓰러뜨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의 국가채무는 359조6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3.8%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0%보다 낮고 일본(218%)이나 미국(83%), 영국(68%) 등 다른 주요 국가보다 훨씬 건전하다.

강 위원장은 현재의 상황을 야구와 축구에 비유했다. “지금 만루 찬스가 왔는데 번트작전을 하면 되겠느냐. 이대호 같은 선수를 내보내면 홈런 칠 수 있을 것 같다. 축구로 보자면 전반전은 한국이 수비를 잘해 실점을 안 했다. 그런데 상대방(경쟁국가)은 끊임없이 공격해 기진맥진한 상태다. 후반전에도 수비 중심으로 간다면 비기기 작전밖에 안 된다.”

강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을 ‘치수(治水)’보다는 내수기반 확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4대강 사업을 통한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레저시설을 강변에 만들고 자전거가 달리는 길도 닦고 펜션과 역사공원 등을 세우면 고용이 늘어나고 부가가치가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강 위원장은 한국 미국 이란 간의 핫이슈로 떠오른 ‘이란 제재 문제’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는 매우 힘든 문제”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란 제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 선뜻 (제재에) 나서기도 힘들다”며 “이란 테헤란에는 한국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란은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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