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까지 나서 ‘장병 언어순화 교육’ 지시… 실태 어떻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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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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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돌머리… ××× 같은 놈아… ‘욕설 모욕감’이 자살원인의 27%

군 당국이 부정적인 군 문화를 상징하는 ‘욕설’을 추방하고 장병들의 언어를 순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교육과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5일 “장병들이 철없는 10대도 아니고 제대한 뒤 사회생활도 해야 하는데 욕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생활을 하면 곤란하다는 취지에서 언어 순화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일 열린 국방전략회의에서 장병들의 바른 언어생활 교육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그동안 병영생활 행동지침을 마련하는 등 언어폭력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시행해 왔으나 병영 내 ‘욕설문화’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 아래 ‘욕설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수준으로 언어폭력 근절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 자살까지 불러오는 언어폭력

육군 법무실이 지난달 만든 ‘군 내 언어폭력,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시사인권 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군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 가운데 언어폭력으로 자살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 사례가 전체의 27%로 나타났다.

2008년 ○○사단 환경시설관리병으로 근무하던 한 병사는 오폐수처리장 지하 1층 난간에 목을 매 자살했다. 수사 결과 그 병사는 업무 및 정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급자에게 “개○○, 죽을래” “야구방망이 가져와, △△을 깨버리겠다” 등 4, 5회에 걸쳐 욕설을 듣고는 모욕감을 못 이겨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말이 사람의 가슴에 낸 상처는 평생을 가도 치유되지 않고 심지어 자신의 생명까지 포기하도록 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장병들이 언어폭력으로 형사 또는 징계 처벌을 받은 사례도 전체 군 내 형사사건의 약 6%, 전체 징계사건의 17∼18%를 각각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병영 내 언어폭력 유형

언어폭력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출신이나 배경을 들어 부하의 능력을 비하하는 폭언이다. 한 중대장은 소대장의 업무처리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내가 아는 ○○ 출신들은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러느냐” “○○ 출신이라 천군만마를 얻은 줄 알았는데 보니까 이거 뭐 이등병만도 못하군”이라고 폭언을 했다.

또 한 중사는 후임인 하사에게 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사만도 못한 ××× 같은 놈, 네가 그러고도 간부냐” 등의 욕설을 했고 결국 이 하사는 분신자살했다. 또 한 부사관은 이등병에게 업무 내용을 짧은 시간 안에 외우게 한 뒤 이를 암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돌머리냐. 자살해라. 내 이름은 적지 말고 죽어라”라고 폭언을 한 사례도 있다.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겠다고 위협하는 언어폭력도 있다. 한 하사는 일병이 차량 정비 중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자 “병신○○야, 대체 너 뭐하는 ○○야. 또라이 ○○, 내 인생 포기하더라도 너 쥐도 새도 모르게 …”라고 폭언했다.

자료에 따르면 병사들 사이의 언어폭력이 전체 언어폭력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사관과 병사 간 언어폭력은 14%, 장교와 병사 간 언어폭력은 4%였다. 군무원과 병사, 장교와 부사관, 부사관과 군무원 간 언어폭력은 적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동영상=‘이등병’ 이준기, “내무반에 초코파이 수십 박스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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