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로 간 ‘천안함’]北 ‘참여연대 서한’ 알고도 언급안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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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인용땐 역풍’ 우려한듯

북한은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사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참여연대의 서한을 언급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브리핑 직전 박덕훈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참여연대 보고서에 대해 묻자 “우리에게 보내오지는 않았지만 무슨 내용인지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북한 측은 이처럼 참여연대 보고서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피해자”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참여연대 보고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역풍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참여연대의 서한이 한국 내부에서 강한 반발을 사고 있고 유엔 외교가에서도 “어떻게 비정부기구(NGO)가 자국 정부의 외교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할 수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연대의 주장을 섣불리 인용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엔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으로서도 참여연대 문제를 확산시킴으로 인해 생기는 손익 계산을 했을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 보면 현 국면이 뭔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천안함에 대한 안보리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한국의 유력 시민단체조차도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사국들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도 남북 양측의 의견 청취 과정에서 참여연대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엔 안팎에서는 안보리 의장이 “안보리 회의는 정부 간 협의체로 NGO의 의견은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이 전략적으로 이 사안을 논의에서 배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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