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촛불 발언’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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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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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촛불시민 협박… 대국민 선전포고”
청와대 “선동 나섰던 지식인들 지칭한 것”

“靑 뒷산서 반성했다더니…”
野 “적반하장 주장” 목청
MB ‘국민-시민’ 표현 안써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2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당시 벌어진 진실 왜곡과 선동 행태에 대해 이같이 언급한 것을 놓고 민주당이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공세에 나서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2일 6·2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명명할 수 있는 말을 했다. 일종의 촛불시민에 대한 협박으로 받아들인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동영 의원은 “반성하라는 정권의 말을 듣고 반성해야겠다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좌파계열 언론들과 단체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에 대해 청와대는 “어처구니가 없어 공개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반성의 당사자는 원문 그대로 (광우병 괴담의 촉발 및 확산에) 가담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즉 2008년 당시 과장·왜곡보도를 일삼았던 일부 언론 및 지식인과 전문가를 자처하며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거나 오류로 판명된 주장으로 대중을 선동했던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민’ 또는 ‘촛불시민’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나름대로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일반 국민들을 겨냥한 게 아니라 역사 발전의 측면에서 당시 상황을 면밀히 복기하고 평가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비난 가운데 “언제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아침이슬’을 들으며 반성한다고 하더니…”라는 대목과 관련해선 청와대도 다소 곤혹스러울 수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가 계속 확산되자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시위대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 캄캄한 산 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 회견 내용을 근거로 “반성했다던 당사자가 적반하장을 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대통령이 당시 ‘사과’ ‘자책’ ‘뼈저린 반성’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맞다. 그러나 기자회견의 전후 문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반성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이 대통령은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보지 못했고, 자기보다 자녀를 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아무리 시급한 사안이라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했어야 했다. 정부는 이런 점에서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가 촛불의 위세에 눌려 감성적 대응을 했으며, 그 결과 광우병 사태를 역사적 객관적으로 재평가하는 작업에 대해 광우병 파동 주동세력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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