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그후, 무엇을 할것인가]두동강 난 軍기강, 다시 세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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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무너지고 사기 위축軍수뇌 뼈깎는 반성이 우선안보 대수술 다시 시작해야

천안함은 서해 백령도에서 서남쪽으로 2.5km 떨어진 북위 37도 55분 45초, 동경 124도 36분 2초 바다에서 침몰했다. 이후 드러난 군의 무너진 기강과 허술한 보고체계, 육해공군의 자군 이기주의 등은 천안함만 가라앉은 것이 아니라 군도 중심부가 가라앉았음을 보여줬다. 6·25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2010년 대한민국 군은 예상 못한 피폭에 속절없이 침몰했다.

이로 인해 군은 극도로 위축됐고 사기도, 권위도 떨어졌다. 국민들이 안보를 위해 기꺼이 낸 엄청난 혈세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주기는커녕 눈물과 한숨만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두 동강 난 천안함을 다시 최신식으로 건조하기로 했다. 천안함 46용사를 기리고 군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다. 군도 정전 57년 동안 무뎌진 위기대응 태세를 다잡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빨간불이 켜진 안보상황에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국력을 결집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심각히 고민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무엇보다 현 상황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군을 다시는 침몰하지 않을 강군으로 이끌어야 할 군 수뇌부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 내 허물보다는 남을 탓하고, 지휘책임보다는 하부 기강을 문제 삼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국방부는 다음 달 초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연다. 육해공군도 잇달아 지휘관회의를 계획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문제점을 되짚고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주요 안건은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 ‘공보기능 강화’ 등일 뿐 수뇌부의 처절한 반성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은 없다.

한 예비역 장성은 29일 “군 수뇌부가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한 군의 기강 해이를 장병들의 기강 해이로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정작 문제는 수뇌부의 기강 해이이고, 공보 기능보다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회 전반의 느슨해진 안보의식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방대가 지난해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향후 5년 안에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가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은 34.9%에 그쳤다.

동아일보는 군의 현주소를 5회에 걸쳐 짚는다. 이를 위해 예비역 장성 및 국방 전문가 14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또 다수의 전현직 장성·영관급 인사들을 통해 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었다. 이를 토대로 대한민국 안보,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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