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유권자들이 원하는 지방선거 공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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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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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시도별 ‘매니페스토 어젠다’ 분석
일자리가 최대 관심… 11개시도 ‘경제-복지’ 1순위 꼽아

특별-광역시는 “경제 우선”
농촌 많은 道는 “복지 먼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정치학회에 의뢰해 3월 말 발간한 지방선거 정책어젠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경제나 복지 분야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월 국회에서 열린 ‘2010 서울시민 매니페스토 전달식’.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정치학회에 의뢰해 3월 말 발간한 지방선거 정책어젠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경제나 복지 분야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월 국회에서 열린 ‘2010 서울시민 매니페스토 전달식’.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 달여 남은 6·2지방선거에서 지역 유권자들은 어떤 공약과 정책을 가장 선호할까. 또 매니페스토(참공약 실천)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후보들은 지역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어떤 공약 개발에 각별한 공을 들여야 할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한국정치학회 산하 매니페스토연구회에 의뢰해 만든 ‘2010시민매니페스토 정책어젠다 경향분석(연구책임자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보고서를 보면 그 해답이 보인다. 이 보고서는 2010시민매니페스토만들기추진본부(본부장 강지원 변호사)가 지역별로 전문가 여론조사, 일반시민 여론조사, 지역주민 심층토론회 등을 거쳐 마련한 16개 시도별 주요 정책어젠다의 특징을 분석한 것이다.

○ 대도시는 ‘경제’, 지방은 ‘복지’에 큰 관심

25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도별로 1∼3위 정책어젠다 48건 중 절반에 이르는 22건(45.8%)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한 내용이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면서 대다수 유권자의 관심이 일자리 창출과 대기업 투자 유치, 지역 중소기업 육성 등 경제 공약에 모아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어 저소득층 보육비 지원 등 복지 분야에 대한 요구가 11건(22.9%)으로 그 뒤를 이었다. 복지 분야에 대한 관심 역시 경기불황의 그늘에서 비롯된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요구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서울이나 광역시 등 대도시일수록 경제에 관심이 높은 반면 지방일수록 복지 분야 요구가 커진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서울과 광역시의 경우 1∼3위 정책어젠다 21건 중 11건(52.4%)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내용이었고 복지 분야는 2건(9.5%)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머지 9개 도(道)의 경우 정책어젠다 27건 중 복지 분야가 9건(33.3%)으로 대도시보다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위 정책어젠다를 비교한 결과 서울 대구 광주 충남 전북은 경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반면 울산 전남 경북은 복지 분야에, 경기 제주는 도시계획에 각각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의외로 환경이나 문화 등 삶의 질에 관련된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요구는 높지 않았다. 전체 시도의 주요 정책어젠다 44건 가운데 환경 분야는 서울의 ‘공공임대주택 비율 확대를 통한 서민주거안정 강화’(3위) 1건이었으며 문화 분야는 대전의 ‘다양한 시민문화 활성화 지원정책’(1위) 1건이었다. 특히 서울의 서민주거안정 강화 정책은 환경 분야보다는 복지 분야로 구분되는 정책이다.

서울시 5대 어젠다 중 3개가 ‘일자리’

대전은 ‘문화’ 울산은 ‘교육’
경기는 ‘녹색도시’ 1순위로
제주선 해군기지가 핫이슈

○ 부산은 ‘도시개발’, 인천은 ‘교육·환경’ 중시


시도별로 주요 정책어젠다를 10위까지 확대하면 시도별 유권자의 성향을 좀 더 분명하게 살펴볼 수 있다. 서울은 1, 2, 4위가 모두 일자리 창출에 대한 요구였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서울에선 고용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화두임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6, 9, 10위가 △정책실명제 확대 △참여예산제 도입 등 행정개혁과 관련한 것이어서 후보들은 시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폭넓게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일자리 어젠다가 10위 안에 들지 않았다. 대신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시스템 구축이 1위를 차지했다. 부산시민들은 또 동서지역 불균형 해소(3위), 생태·문화도시 창조(8위) 등 도시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1, 2, 5, 6순위 정책어젠다는 모두 기업투자나 대기업 유치, 광역경제권 활성화 등 경제성장에 대한 주문이었다. 대구 광역전철 건설(8위), 대구경북권 국제공항 건설(9위) 등까지 포함하면 어느 지역보다 성장 발전에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천은 어느 시도보다 교육에 관심이 높았다. 교육 환경 제고(1위)를 비롯해 공공보육시설 확충(4위), 무상급식 확대(7위) 등 교육 관련 어젠다가 상위에 올랐다. 또 다른 도시에 비해 연안습지 보전(6위), 생태공원 확충(8위)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광주시민들은 도시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절박함을 정책수요에 반영하고 있었다. 지역경제 활성화(1위)를 시작으로 도심 간 균형발전(2위), 기업유치(3위), 광주역과 송정역의 통합역세권 강화(4위), 경제정책 거버넌스 구축(5위), 광주전남 공동 경제청 설립(10위)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울산에선 ‘제조업 도시’답게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한 환경 경제정책 수립(7위) 같은 어젠다가 눈길을 끌었다. 경기지역에선 진보성향의 김상곤 현 교육감의 영향 때문인지 고교 무상교육(2위), 일제고사 폐지 등 공교육 강화(5위)와 같은 교육 관련 어젠다가 상위권에 올랐다.

임성호 교수는 “이번 어젠다는 지역주민들에 의해 상향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정당과 후보자가 공약개발에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며 “다만 선거를 앞두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없는 것까지 무차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만큼 유권자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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