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당내 진통 겪는 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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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심위’도 못 만든 한나라
2012년 총선-대선 공천까지 겨냥
친박 “이성헌 넣고 1명 늘려라”
친이 “수용 못해”… 내일 재논의


한나라당은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으나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공천 문제를 논의할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 실패했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이다. 중앙당 공심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시도당 공심위 구성도 차일피일 늦어지게 됐다. 계파 간 갈등으로 지방선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 친이, 친박 “서로 물러설 수 없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친이 6명, 친박 3명, 중립 3명, 외부인사 3명으로 이뤄진 공심위 구성안을 마련했지만 친박계는 공심위에 친박 몫을 한 명 더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 이와 함께 친박계 몫으로 포함된 초선의 구상찬 의원 대신 재선의 이성헌 의원으로 바꿔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사무부총장을 지낸 이 의원의 ‘전투력’을 감안한 것이다. 구 의원은 서울시당 공심위에 참여하길 원하고 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은 17대 총선 공심위에도 참여한 조직전문가여서 친이 측에서 껄끄러워한다”며 “이 의원을 공심위에 넣어주지 않으면 친박계는 공심위에 참여하지 않고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도 반발하고 있다.

친이계인 정 사무총장은 “이성헌 의원이 들어가면 선수(選數) 지역 성별 등을 고려한 공심위 구성안 전체가 틀어진다”며 친박계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순자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공심위 구성에 있어서 계파 안배처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기준이 끼어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앞날 내다본 기 싸움?

중앙당 공심위 구성을 놓고 양 계파가 맞붙은 것은 2008년 총선 당시 공천 파문의 ‘학습 효과’로 해석된다. 중앙당 공천위의 권한이 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이 이날 회의에서 “2년 전 18대 국회의원 공심위 구성에서부터 한나라당 (계파) 문제가 시작됐다. 공심위는 편파적으로 구성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친이계 핵심 관계자는 “친박 측이 공심위 구성에 배수진을 치는 것은 2012년 총선과 대선 공천 때도 자신들이 요구할 지분을 키우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세종시 논란으로 빚어진 계파 간 감정의 골도 공심위 구성 합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공심위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견해차를 좁힐지는 미지수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시민공천’ 시끄러운 민주▼
서울은평 등 배심원제 9곳 발표
민감한 광주시장 등은 포함안돼
“반드시 도입” “변칙제도” 대치

민주당이 6·2지방선거 공천에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시민공천배심원제 경선 지역 9곳을 확정 발표했다. 광역단체장 선거구 가운데는 대전시가 선정됐으며 기초단체장은 서울 은평구, 인천 연수구, 광주 남구, 경기 오산시 화성시, 충북 음성군, 전남 무안군, 전북 임실군 등이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광주시장을 비롯한 호남 지역의 광역단체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세균 대표는 올해 두 차례 광주 방문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광주에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시민공천배심원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민공천배심원제는 당이 선정한 공천배심원단 200명(전문가 100명+지역 주민 100명)이 경선에 나선 후보 중 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 등 당권파는 ‘개혁공천’을 내세워 실시하려 한다. 그러나 박주선 최고위원 등 많은 호남 의원들은 “당헌 당규에도 없는 변칙적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개혁공천’을 내세워 당권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공천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광주시장 경선에 시민공천배심원제와 당원 전수조사를 50%씩 반영하는 타협안을 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날 선정된 전남 무안군과 광주 남구는 모두 현역 의원이 탈당 후 복당해 지역위원장이 아니며 전북 임실군은 정 대표의 지역구다.

경선에 나선 후보들도 친(親)당권파와 비(非)당권파로 나뉘어 민감하게 반응했다. 광주시장 예비후보로 당권파의 지원을 받는 이용섭 의원은 “당 지도부가 마련한 공천방식을 수용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당권파이면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예비후보로 나선 이종걸 의원(경기) 이계안 전 의원(서울) 유필우 전 의원(인천) 등은 성명을 내고 “정세균 체제는 비민주적이고 비밀주의적인 당 운영으로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구당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날 지도부를 ‘군사독재의 하수인’에 비유하는 등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산의 조경태 의원도 성명을 내고 “재판 중이거나 전 정권에서 하자가 있는 인사는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한명숙 전 총리를 간접 겨냥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당권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일정도 이날 발표됐다. 27일 대전을 시작으로 △4월 4일 경기 △4월 10일 광주 △4월 11일 전북 제주 △4월 17일 전남 △4월 18일 인천 △4월 24일 강원 영남 △4월 25일 서울이다. 한편 안희정 최고위원과 이시종 의원이 각각 단독 출마한 충남북은 경쟁 후보가 없어 경선 없이 다음 주말에 후보를 확정키로 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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