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MB vs 박정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균형발전’ 유신헌법에 첫 등장“박근혜 원안 고수 배경” 해석도

우리 헌법은 102조 2항에 “국가는 국토와 자원의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해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며 ‘지역 균형발전’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 ‘지역 균형발전’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2년 12월 헌법 7차 개정(‘유신헌법’) 때였다. 유신헌법은 제120조 1항에 ‘국가는 지역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개헌 때도 지역 균형발전 조항만은 살아남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헌법에 ‘지역 균형발전’을 적시한 것 외에도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었다. 박 전 대통령은 1977년 2월 서울시 연두순시에서 “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 백지(白紙) 상태에서 계획을 수립하겠다”며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첫 구상을 밝혔다. 경기 과천 정부2청사 기공식(1979년 4월)이 이뤄진 것도 박 전 대통령 재임 때였다. 당시 충남 공주군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백지계획’(백지상태에서 계획을 세운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은 1979년 10월 초 완성됐지만 10·26사태로 백지화됐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 원안 고수를 강력히 주창하는 데는 ‘선친의 유훈(遺訓)’의 영향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선 세종시 건설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결이기에 앞서 이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충돌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7월 국가 균형발전 오찬 간담회에서 “저는 유신헌법 등 박정희 정권을 계속 반대해 왔던 사람인데 행정수도 건설은 박 전 대통령의 계획을 계승하는 것이어서 기분이 묘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지역 균형발전 철학을 갖고 있었더라면 박정희 정권 시절 영호남 갈등이나 지역 차별 논란이 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 고수를 부친과 연결짓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뉴스스테이션 [위크뷰] 세종시 수정안 27일 입법예고 外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