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핵 없는 세상 만들려면 남북한 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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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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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군축전문가 퍼거슨
“과감한 北 봉쇄정책 필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핵무기 없는 세상’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일까.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도 “내 생애에는 일어나지 못할 일”이라고 한 ‘담대한 희망’에 대해 미국 최고의 핵군축 전문가 중 한 명인 찰스 퍼거슨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겸 미국과학자협회(FAS) 회장(사진)이 솔루션을 제공했다.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 및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담당 고문과 친구 사이인 퍼거슨 연구원은 포린어페어스지 1, 2월호에 ‘영(zero)으로 가는 긴 여정’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이 글에서 그는 스스로 핵무기 감축에 나서는 한편 다른 국가들의 핵무장 해제를 촉구하고 있는 미국이 직면한 3대 장애물로 △핵 비보유 국가들의 안보불안 △국제관계에서 핵이 국가 간 평등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라는 관념 △평화적 핵 협력 과정에서 제기되는 핵 확산의 위협을 제시했다.

퍼거슨 연구원은 또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대표되는 확산방지 체제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지켜야 할 3가지 원칙도 내놓았다. 그는 “그 누구도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만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원칙과 “핵무기는 타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만 사용한다”고 약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이 원칙과 관련해 전략적으로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선언을 할 경우 한국과 일본 등 핵심 동맹국에 제공하고 있는 확장된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의 작동 여부에 의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화생방 공격 및 중국의 압도적인 재래식 군사력에 여전히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

그는 특히 이 글에서 북한을 “가장 최근의 핵클럽 가입국”이라고 지칭한 뒤 “작은 부랑(pariah) 국가인 북한은 안보불안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관련국들은 현재 제재와 보상의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 방법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단념시키지 못한다면 과감한 봉쇄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을 평가한 부분. 그는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등과 함께 한국을 거명한 뒤 “핵무기 프로그램을 탐구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퍼거슨 연구원은 “현 단계에서 한국은 일본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처럼 반드시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미국의 핵우산 효과라고 설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혁도 언급했다. 그는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브라질, 독일, 일본과 같은 지역 유력국의 상임이사국 지위 인정을 고려할 때”라며 “핵보유국만이 국제안보를 좌지우지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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