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막고 입은 푸는 ‘오세훈法’ 후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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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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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 역할 해온 당원協 양성화를” vs “고비용 정치 부활”
“비효율적 후원회 폐지” vs “법인-단체 기탁금 허용은 위험”
국회 정개특위 법안 주요 쟁점

공직선거법 등 정치개혁 관련 법안을 다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여야가 최근 정치개혁 관련 법안을 12월 중순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특위는 이번 주 안에 110개 개정안의 법안심사를 마무리한 뒤 이르면 30일 전체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정개특위에서는 2004년 3월 ‘돈은 막고 입은 푼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오세훈 법’의 핵심 내용이 도마에 올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지구당 복원 여부

한나라당 권택기,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시도당의 하부 조직인 국회의원 지역구 단위의 당원협의회 지역사무소를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는 사실상 2004년 폐지된 지구당을 부활하자는 얘기다. “지구당은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지구당을 없앤 주요 명분이었다.

지구당 폐지 1년 만인 2005년에 지역구 의원들은 시도당의 하부 조직이 아닌 당원협의회를 둘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원협의회는 의원 후원회 사무실에 입주해 있는 데다 보좌진이 파견 근무하고 있어 사실상 옛날 지구당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여야 정치권에선 “정당의 세포조직인 지구당이 없어져 지역 정당의 역할이 축소되고, 지역의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편법적으로 운영되어 온 당원협의회를 차라리 양성화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지구당이 부활할 경우 고비용 정치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구당 복원 문제는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하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 후원회 폐지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국회의원 후원회를 폐지하되 선관위가 연간 500억 원 한도 내에서 법인 및 단체 기탁금을 걷어 국회의원에게 연간 1억5000만 원씩 나눠주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이 후원회를 통해 100만 원을 받는다면 18만 원 정도가 영수증 발급 비용 등 부대비용으로 쓰이고, 후원액의 상당액이 소득공제 등으로 후원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사실상 국가가 기부금을 대신 부담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위에서 “중앙부처의 장차관 등이 예산으로 업무추진비를 지원받는 것에 비해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을 스스로 조달하도록 하는 것은 탈법과 편법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예외 사항”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현행 소액 기부제도를 폐지하고, 법인 및 단체의 기탁금 기부를 허용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 당선무효 기준 완화

당선무효가 되는 공직선거법 벌금형의 기준(현행 100만 원)을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2004년 법 개정으로 후보자의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가 선거법상 벌금형 기준에 걸릴 경우에도 후보자가 당선무효가 되도록 엄격해졌다.

이에 대해 특위의 일부 의원은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선거범죄와 관련한 의원직 상실 규정이 없다”며 “잦은 재·보궐선거로 2006년 이후 48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개정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특위 내부에서 “‘오세훈 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없다”는 강경론도 크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특위가 여론을 의식해 논란이 큰 핵심 쟁점은 비켜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결국 특위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지방의회 선거구 조정 문제 등만 처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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