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대안 ‘교육과학벨트 → 기업중심도시 → 다시 교육과학’ 가닥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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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도시-기업 블랙홀” 반발에 유턴

鄭총리, 서울대 이전 관련 “기존 단과대 가는게 아니라 융·복합 관련학과 신설 가능”

정부는 세종시 대안으로 대기업을 대거 유치하는 쪽보다는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를 상정하고 있으며 그 안에 채울 굵직굵직한 콘텐츠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사실 청와대는 세종시 문제가 정운찬 국무총리 임명을 계기로 급부상하기 전부터 교육과 학비즈니스 벨트를 염두에 두고 세종시 수정에 대비한 작업을 내부적으로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이달 중순까지는 세종시 대안으로 기업중심도시가 집중 거론됐다. 이는 정부의 과다한 기업 유치 전략이 세종시에 입주할 기업에 적정한 ‘인센티브’가 아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고 ‘슈퍼 기업도시’ ‘기업 블랙홀’이 될 것이란 타 지역의 반발도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기업도시 개념이 2005년부터 지정된 기존 기업도시와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런 논란 끝에 정 총리는 18일 경제언론인회 조찬 토론회에서 ‘기업중심도시’ 표현 자제를 주문한 데 이어 한국경제학회 오찬 간담회에서 “세종시는 교육과 과학이 중심이 돼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경제 도시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언명하고 나섰다. 결국 ‘청와대의 원래 구상+α’로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세종시의 대안이 될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의 요체는 융·복합 등 새로운 학문 중심의 서울대 제2캠퍼스 유치와 중이온가속기 설치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 총리는 21일 중소기업중앙회 회원들과 함께 관악산을 등반하면서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 문제와 관련해 서울대 정원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기존 단과대의 (세종시 이전으로) 정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융·복합 같은 학문을 새로 만들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며 “(세종시에) 과학 콤플렉스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시에) 대기업 한 곳만 온다고 되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와줘야 활성화될 수 있다”며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세종시 수정 논의를 매끄럽게 끌고 가지 못하는 바람에 논란이 더 커진 측면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 유령도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확산시키는 데는 도움이 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좀 더 세밀한 구체안을 마련한 뒤 다음 달 중순경 발표할 계획이다. 또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와 자유선진당을 탈당한 심대평 의원 등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충남 공주-연기가 지역구인 심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이 지역의 반대 여론을 상당히 불식시킬 수 있다고 내심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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