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토목공사 아닌 친환경 사업” 발파행사 없이 기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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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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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금강서 ‘4대강 살리기 희망선포식’

정부 “홍수 막고 수자원 확보”
2012년까지 22조 투입해 보 설치하고 문화공간 조성… “홍수 예방효과 年4조 육박”

野-시민단체 “저지하겠다”
일부단체 “수질 더 나빠질것”… 민주, 예산처리 거부 총력전
입찰비리-담합의혹도 제기

1989년 여름 영산강 유역. 굵은 빗방울이 쉴 새 없이 내리쳤다. 물폭탄을 방불케 하는 폭우가 계속됐고 결국 영산포의 삼영제(堤)가 붕괴됐다. 인근 도시지역은 완전 침수됐고 76명의 인명 피해와 2200억 원(2002년 물가 기준)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영산강 유역은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수해가 자주 발생한다. 주된 피해지역은 지형적 특성으로 비가 집중되는 영산강 중·하류의 광주와 나주 지역이다. 1989년 대홍수 이후 영산강은 퇴적토가 쌓여 강바닥이 높아져 지금도 영산포 주민들은 상습 침수피해 공포에 떨고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홍수로 홍역을 치렀던 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 되살리는 공사가 시작됐다. 정부는 22일 영산강 6공구 승촌보와 금강 6공구 부여보 사업예정지에서 ‘4대강 살리기 희망선포식(기공식)’을 열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날 행사는 대규모 토목·건축공사 기공식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파 이벤트’가 없었다. 그 대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희망 염원 서명식’과 ‘4대강 합수식’, ‘종이배 띄우기’ 등 친환경 문화축제 행사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4대강 살리기는 하천 환경을 되살리고 홍수를 예방하는 친환경 사업인데도 단순한 대규모 토목공사로 잘못 인식된 측면이 있어 발파 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전국을 친수(親水)·친환경 공간으로

4대강 살리기는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4개 강과 섬진강 등 18개 하천을 친환경 공간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2012년까지 모두 22조2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전국의 하천을 친수(親水)·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6월 8일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 발표 후 약 5개월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날 착공에 들어갔다.

이날 기공식이 열린 영산강 유역에는 2개 보(승촌보 죽산보)가 설치된다. 생명의 씨앗을 형상화한 승촌보(길이 540m, 높이 6m)는 영산호에서 출발하는 황포돛배가 드나드는 지역의 랜드마크의 역할도 할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승촌보 인근에는 옛날 물길을 복원해 복합레저 문화공간도 조성한다.

금강유역에도 금남보 금강보 부여보 등 3개 보가 설치되고 생태하천들이 금강을 따라 자전거도로와 함께 조성된다. 금강의 3개 보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개념을 도입해 구드래 고마나루 낙화암 등 유구한 백제의 역사와 조화를 이루도록 꾸며진다. 특히 백마강과 계백장군을 모티브로 삼은 부여보(길이 620m, 높이 7m)는 이 지역의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4대강 사업으로 연평균 홍수 피해액 1조5000억 원과 복구비 2조4000억 원 등 매년 3조9000억 원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공사 과정에서 34만 개의 일자리와 40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관계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끝나면 용수 확보, 홍수 조절용량 증대, 수질개선과 생태복원, 복합레저 공간 창조, 강 중심의 지역문화 발전 등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이 사업을 통해 건강한 국토와 살기 좋은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의미에서 기공식 이름을 ‘4대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 예산 확보 등 산적한 난제 풀어야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대운하를 위한 준비 단계’라는 오해는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야당과 일부 환경단체의 반대는 여전하다.

특히 보 설치 이후 각 강의 수질 개선 여부를 놓고 정부와 환경단체는 180도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환경부는 “4대강의 61개 공구 634km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한 결과 사업이 끝나는 2012년에는 4대강 수질이 2006년보다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환경단체는 보가 설치되면 수질오염이 더욱 심각해진다고 주장한다.

내년도 예산안 3조5000억 원의 처리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선포했다. 공사 과정에서 대규모 입찰 비리가 불거지기라도 하면 4대강 사업은 탄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미 4대강 15개 공구에서 시공사로 선정된 대형 건설업체들의 ‘담합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해당 지역 농민과 어업인의 피해보상 요구도 난제 중 하나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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