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진 수정안 ‘역풍’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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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증가 - 타지역 불만 - 억지 이전땐 기업 반발

정운찬 국무총리가 4일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을 공식 발표했지만 한나라당 내에선 “정부가 내놓을 수정안이 자칫 원안보다도 못한 결과를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세종시에 자족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예산과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려야 하는 점이 문제다. 정 총리는 이미 여러 차례 “(세종시 관련) 예산을 줄이는 일은 없을뿐더러 예산을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충청권 민심을 달랠 정치적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예산 증액의 효율성 문제는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종시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연계 교통망 구축이나 주변 지역에 대한 추가 투자 등을 합치면 실제 투자 규모는 22조5000억 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도 전날 평화방송에 나와 “지금도 국가재정이 말이 아닌데 어떻게 기업도시도 하고, 과학도시도 하고, 교육도시도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 백화점식으로 세종시 대안을 쏟아내는 데 대한 우려다.

각종 국책사업을 끌어들여 세종시에 유치하는 대안을 내놓을 경우 충청권이 아닌 다른 지역의 소외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특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지만 최근에는 당연히 세종시로 입지가 정해진 듯한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한 영남권 의원은 “지난달 결정된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 유치를 놓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벌였느냐”며 “이런 과정도 없이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로 갈 경우 다른 지역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첨복단지가 들어설 두 곳 중 한 곳도 충북 청원 오송단지여서 ‘충청권 몰아주기’ 논란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직접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을 세종시로 보내는 작업을 주도할 경우 ‘억지 이전’에 대한 반발도 우려된다. 특히 민간 기업이 경영 효율성과 상관없이 정부의 압력으로 세종시로 가게 될 경우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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