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내홍 4년전과 판박이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 행복도시 합의때와 비교
계파 분기점… 당시 반대파가 친이로 결집
충청표 의식… 이듬해 지방선거 득실 계산
박근혜 논란… 4년전 합의 주도… 수정론 제동
대권 전초전…李 vs 朴 → 朴 vs 정운찬 충돌

《“아무래도 4년 전과 닮은꼴로 가는 것 같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2일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를 둘러싼 여권의 분란은 한나라당이 2005년 행복도시법을 처리할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추진한 행복도시건설특별법에 합의해줘 현재의 세종시 원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법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나라당은 분당으로 치닫는 위기를 겪었다. 현재 세종시 논란을 둘러싼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 갈등도 위험수위로 치닫는 양상이다.

○ 지역-계파별 극심한 대립

2005년 당시 박근혜 대표 측과 충청권 의원들은 행복도시 추진에 찬성했다. 반면 비주류와 수도권 의원들은 “이 방안은 수도 이전과 다를 바 없다”며 격렬히 반대했다. 충청권 의원들은 “행복도시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단 탈당하겠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고 이에 맞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가까운 수도권 출신 이재오 김문수 안상수 의원 등은 반대 농성과 단식투쟁을 벌였다.

결국 당론이 모아지지 않자 의원총회에서 표결로 행복도시 방안이 당론으로 정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통과되자 박세일 당시 정책위의장은 항의의 뜻으로 당직과 의원직을 사퇴했다.

4년 전 행복도시 방안을 지지했던 당내 주류 의원 상당수는 현재 친박계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당시 법안을 막지 못했던 당내 비주류와 수도권 의원들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친이계를 형성해 원안 수정에 나서고 있다.

○ 똑같은 논리.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

양측이 각각 내세우고 있는 국가균형발전론과 행정비효율 문제도 이미 4년 전에 나왔던 논리다. 그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2005년 한나라당이 결국 행복도시 방안을 받아들인 것은 1년 뒤인 2006년 5월 지방선거와 2년 뒤인 2007년 대선의 충청권 표를 의식했던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도 양측은 ‘백년대계’와 ‘국익’을 내걸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대선에 미칠 영향을 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 논란의 중심에는 박근혜

한나라당이 당시 여당인 옛 열린우리당과 행복도시 방안에 합의하게 된 것은 당시 박근혜 대표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박 전 대표는 이번에는 여권 핵심부의 수정 움직임이 나오자마자 ‘세종시 원안+알파’ 발언으로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 대선 전초전 양상

2005년 한나라당 내의 세종시 갈등의 이면엔 당시 박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당시 경기지사 등 ‘빅3’의 신경전이 작용했다. 박 전 대표가 주도한 행복도시 방안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군대까지 동원하고 싶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손 전 지사는 일단 법안 찬성 측에 서면서 “수도권과 충청권이 함께 사는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번에도 여권의 잠재적인 대선 주자로 꼽히는 박 전 대표와 정운찬 국무총리가 전초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강력하게 세종시 원안 수정을 지지하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