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식라인 “우리는 무관”… MB 자문그룹이 움직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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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 속의 남북행보… 밝혀야 할 5대 의혹
① 누가 만났을까? 정부 외곽 유력인사 가능성
② 어떤 조직이 주도? 기획-연락 주체 철저한 보안
③ 왜 굳이 대면접촉? 중요한 의사결정 단계일수도
④ 北 왜 정보 흘리나? 미온적인 남측 압박 수단
⑤ 美 ‘정상회담’ 누설? 실수인지 고의인지 의문

《남북이 동남아시아의 제3국에서 비밀리에 접촉해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 비밀접촉의 전모가 밝혀지기까지는 풀어야 할 의혹이 적지 않다.》

① 북측을 만난 남측 인사는 누구인가?

북한 대남사업의 총책임자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원동연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은 15일 중국을 거쳐 싱가포르에서 남측 인사를 만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남측 인사는 정부 당국자가 아닌 정치인이나 민간 인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또 이 대통령과 가까우면서 김 부장을 상대할 만한 비중이 있는 인사로 보인다. 그러나 그럴 개연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되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김덕룡 민족화해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은 관련설을 부인하고 있다.

② 정부 내 어떤 조직이 움직이나?

남북 간 비밀접촉이 이뤄지기까지는 이를 사전에 기획·조율하고 연락 등을 담당한 남한 내 조직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떤 조직이 누구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 정부의 외교안보 부처와 조직들은 “우리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외교안보 자문그룹이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누가 참여하고 있는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

③ 왜 굳이 대면접촉을 했을까?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접촉이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서로 조건을 제시하는 일종의 남북 간 ‘상견례’ 수준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소통이었다면 전화통지문 등 유선이나 연락관 접촉으로도 가능한 것이어서 양측이 왜 외부에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대면 회담을 가졌는지 궁금한 대목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양측이 사전 연락을 충분히 한 상태에서 뭔가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단계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통문 등이 감청될 우려 등 보안을 위해 직접 만났을 수도 있다.

④ 북한은 왜 스스로를 노출했나?

김양건 부장 일행은 15일과 20일 각각 중국 베이징(北京) 공항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비밀접촉이 외부에 알려지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북한은 또 22일 노동신문 논설 등을 통해 남북 간에 ‘다양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평소의 비밀스러운 행보와는 다른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평양에서의 정상회담 개최에 미온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는 남측을 압박하기 위한 공작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⑤ 미국 당국자의 ‘오해’ 브리핑 진실은?

미국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14일 “북한 김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브리핑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미국과의 정보 공유 과정에서 미스언더스탠딩(오해)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고 미국 측은 다음 날 정정 브리핑을 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미 양국은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해왔다”며 “미국 당국자가 실무접촉 결과가 아니라 설익은 접촉 계획을 거론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미국 당국자가 이번 남북 접촉 사실을 알고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문제의 발언이 고의였는지, 실수였는지도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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