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新아시아 외교’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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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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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러 이어 4번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격상
내년 아세안 의장국… 북핵 공동보조 약속 성과
160억 달러 규모 건설사업 한국기업 참여 보장

호찌민 묘소에 헌화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하노이 시내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의 묘소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하노이=안철민 기자
호찌민 묘소에 헌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하노이 시내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의 묘소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하노이=안철민 기자
《한국과 베트남이 21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구축에 합의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신(新)아시아 외교’의 본격 순항을 예고한다. 우리나라는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고 베트남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이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내 중심 국가로서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베트남과 앞으로 ‘안보’ 대화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거점 국가’ 베트남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는 베트남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양국 교역량이 1992년 수교 당시 4억9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98억4000만 달러로 약 20배 증가했지만 양국 간 관계는 2001년 구축한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 머물러 있었다. 베트남은 아세안에서의 위치와 양국 간 교역 증대, 북한과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신아시아 외교’의 중요한 거점 국가로 인식돼 왔지만 ‘베트남전쟁’이라는 과거사 문제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이상의 관계를 구축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3개국밖에 안 된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베트남이 한국의 핵심 우방국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이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에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한 것은 북한 측에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응우옌민찌엣 베트남 국가주석은 정상회담 말미에 “베트남 정부의 일관되고 확고한 태도는 한반도가 비핵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 없는 한반도, 그리고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의 ‘월남전쟁’ 표현 문제 등을 둘러싼 문제는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양국 간에 잠깐 논란이 있었던 과거사 문제는 외교통상부 장관이 대통령 방문 직전 정리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인사말에서 “베트남이 역경을 딛고, 아픈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가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 실용외교


두 정상은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가능성과 실효성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작업반 설치에 대해서도 연내에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특히 베트남의 고속철 건설과 하노이 홍 강 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한 총 16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보장받은 것은 실용외교의 성과로 꼽힌다.

총 70억 달러 규모의 홍 강 개발 프로젝트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때 제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응우옌떤중 총리와의 면담에서 “홍 강 프로젝트는 물 관리는 물론 지구온난화 대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도 4대강 살리기를 하고 있는데 유엔환경계획(UNEP)으로부터 상당한 격찬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농득마인 공산당 서기장과도 면담했다. 이에 앞서 하노이 시 바딘 광장에 있는 ‘베트남 국부’ 호찌민 묘소를 방문해 헌화했다.

한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하노이에서 베트남 방송통신 주무기관인 정보통신부와 ‘한-베트남 방송통신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대통령 방문에 수행한 각 부처와 기업들은 현지에서 11개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노이=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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