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천국’ 한국전력… ‘노조원 천국’ 국민연금공단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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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식구 감싸는 ‘방만 경영’ 한전
‘퇴직모임’ 전우회 매출의 상당액 한전과 체결
적자 내면서도 30개월간 8566억 성과급 지급

한국전력공사가 퇴직자 모임에 각종 계약을 몰아주고 조 단위의 적자를 보면서도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등 경영을 방만하게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2006년부터 올해 9월까지 한전 퇴직자 모임인 ‘전우회’가 설립한 회사들과 한전이 체결한 계약이 모두 327건, 1872억 원”이라며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이 계약 액수는 2006년 311억 원, 2007년 418억 원, 2008년 483억 원, 올해는 9월 말까지 660억 원 등으로 해마다 늘었다.

특히 전우회가 세운 전우실업과의 해당기간 총 계약액은 1849억 원(271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중 수의계약은 77.5%인 1433억 원(243건)에 달했다.

김 의원은 “한전과 전우실업이 체결한 계약의 상당 부분은 전기선로 점검 용역으로 수의계약 할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 특혜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전 퇴직자들이 이렇듯 ‘신의 직장’을 유지하는 것을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외부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경영 적자이면서도 자사 직원들에게 상당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은 “한전이 제출한 ‘연도별 손익 및 성과급 지급 현황’을 분석해 보니 2007년 이후 2년 6개월간 누적적자가 2조 원을 넘어섰음에도 같은 기간 직원들에게 약 8566억 원의 성과보상금을 줬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전기요금 인상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냐”며 “성과보상금 일부를 반납하는 등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쌍수 한전 사장은 “한전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올해만 해도 1조4000억 원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며 “직원들의 사기도 생각해 줘야지 이런 것마저 지적하면 정말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감사원 지적도 무시하는 국민연금공단
법정인원 초과 노조 전임자 되레 6명 더 늘려
노조원 근무 못하는 부서, 2명중 1명이 노조원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단단히 화났다. 대충 넘어가지 않을 태세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도 “국민연금공단 노동조합이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국민연금공단은 꿈쩍하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내년 2월 단체협약이 있을 때까지는 지금처럼 갈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인 심 의원은 12일 “국민연금공단은 노동조합 전임을 5명만 둘 수 있는데도 이보다 6명이 더 많은 11명을 전임자로 두고 있다”며 “감사원이 여러 번 시정조치를 내려도 고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정부 기준을 초과한 노조 전임자 임금으로 3년여 동안 9억4000만 원을 지불했다. 2001년 감사원은 공단의 노동조합원 수가 3403명인 점을 들어 노조 전임자를 8명에서 5명으로 줄이라고 통보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1995년 ‘노동조합원이 1001명 이상 1만 명 이하인 경우에는 노동조합 전임자를 기본 2명에 1000명당 1명씩 추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규정상 이를 초과하는 전임자는 임금을 받을 수 없다.

연금공단 내 조합원 수는 감사 당시보다 307명 줄어들었지만 전임자는 그때보다 3명 더 늘어났다. 국민연금공단은 정부 기준을 초과한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2006년 2억7800만 원, 2007년 2억8500만 원, 2008년 2억8700만 원, 2009년 4월까지 9100만 원 등 9억4000만 원의 임금을 지급했다.

또 노조원이 근무할 수 없는 인사·급여 관련 부서에서 노조원이 총 부서인력의 55%(48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인사 부서에 노동조합원이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는 노무나 인사 관련 기밀이 노동조합에 누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부당하게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심 의원은 “규정을 넘어선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을 그만둬야 한다”며 “국민 세금이 허비되지 않도록 20일 열릴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꼭 시정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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