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인민 고혈 짜내는 다단계 수탈사회”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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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등 “별별 명목의 ‘稅外부담’ 뜯어내 지배계층 배 채워”
‘삽 100개 조달’ 지시하면 간부들이 부풀려 수천개로
“내라는 것 많아 학교도 못가”

북한이 ‘150일 전투’에 이어 지난달 말부터 ‘100일 전투’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주민들에 대한 수탈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 주민들이 ‘세외(稅外)부담’이라고 지칭하는 각종 수탈은 날이 갈수록 간부들과 국가의 생존방식으로 확실하게 고착되고 있다. 북한에 뿌리내린 인민의 고혈을 쥐어짜 지배계층이 연명하는 ‘다단계식 수탈 사회주의’의 실체를 해부한다.

○ ‘이러다가 동학혁명이….’

최근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공사판이 늘어났다는 전언이다. 간부들은 발전소, 살림집, 도로 건설 등 각종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각종 ‘지원품’을 강요한다. 국가가 제공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충성심’을 내걸어 각종 자재를 주민들에게 걷지 않고서는 공사가 진행되기 어렵다.

북한에서는 이런 경우를 ‘세외부담’이라고 표현한다. 전기세나 수도세처럼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세금 이외에 걷어가는 것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역사는 오래됐지만 해가 갈수록 내라는 종류는 수십, 수백 가지로 늘어만 간다. 군 지원 원호미, 각종 공사 자재비, 식사비, 유휴자재 납부 등등의 요구부터 시작해 심지어 인분이나 여성 돌격대원들에게 줄 명목으로 생리대까지 내게 만든다.

노동당, 청년동맹, 여성동맹, 농업근로자총동맹 등 각종 조직들도 경쟁적으로 주민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다. 어린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내라는 것이 두려워 학교에 못 가는 학생이 전국적으로 날로 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최근 중국을 통해 나온 탈북자 최모 씨(42)는 “‘이렇게 뺏어내다 동학혁명이 일어났지’라는 말을 몰래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주민이 걷은 돈 중간에 증발

지방 간부들이 끊임없이 공사판을 벌이는 이유는 이를 통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충성심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자 우상선전물 건설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런 공사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뿐 아니라 돈이 잘 걷히지 않을 때는 주민들을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구실로 처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탈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지역 공사장에 삽이 100개가 필요하면 간부들은 하급조직에 200개를 내라고 한다. 하급 간부는 다시 그 아래 간부에게 300개를 내라고 지시한다. 이런 식으로 가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내야 하는 삽의 개수는 수천 개로 늘어난다.

하지만 내라는 현물들이 다양해 이런 게 집에 다 있을 리 없다. 주민들은 내라는 것이 있으면 대개 장마당 시세로 계산해 돈을 낸다. 주민들로부터 걷은 돈은 위로 올라가면서 다시 차례로 증발된다. 간부들을 거치면서 돈은 차례로 뜯겨 결국 삽 100개를 살 수 있는 돈도 안 된다. 검찰이나 보안서 등 권력기관은 비리 간부들의 뒤를 봐주고 뇌물을 받는 식으로 생존한다. 결국 북한 당국이 벌이는 각종 명목의 전투는 주민들에게는 끊임없는 고역이지만 체제를 지탱하는 간부들에겐 하나의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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