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 거부 ‘새로운 한일’ 길 터…”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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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침략 반성 없을땐 우애외교 한계”
日 하토야마 정권 출범 국내학계 기대반 우려반

우애(友愛) 외교를 주창하는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이 16일 출범함에 따라 한일 관계에 새싹이 발아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10년은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해여서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에 중대한 기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대표적 지일 원로학자인 지명관 한림대 석좌교수는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사실상 혁명을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우리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데올로기적 시각을 벗어나 두 나라가 공존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덕 서울대 명예교수(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일본사)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거부 선언은 일본 내부 구조로 볼 때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향후 한일관계에 의미 있는 변화를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인식 차이 때문에 한일 관계에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도 많다. 두 나라의 바람직한 미래관계 구축을 목표로 올해 초 출범한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프로젝트’의 한국 측 대표인 하영선 서울대 교수(외교학)는 “양국 학자가 모여 몇 차례 논의를 가졌지만 ‘미래 위주로 논의하자’는 일본 학자들과 ‘과거를 제쳐두고는 진정한 관계 정립이 어렵다’는 우리 측의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 정권에 대한 기대도, 좀 더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지시대에 대한 일본 지식인들의 시각이 변할 것인지가 양국 관계 개선의 핵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진순 창원대 교수(역사학)는 “한국 침탈 등 중대한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메이지시대를 일본은 근대화의 초석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이 같은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외교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대한 일본의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일본의 역사인식이 자민당 시절보다 유연해지면 역사 공동연구와 같은 과거사 인식에 대한 논의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일본의 변화를 추동(推動)해 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역사학)는 “학술적 교류가 정부 차원으로 확장되면 한일관계에 대한 양국 정부의 공동선언도 기대할 수 있다”며 “정부도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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