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석방 결심’ 얻은듯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北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금강산까지 찾아와 ‘억류근로자 문제’ 논의

현정은 회장과 교섭 시작

클린턴도 방북때 석방 촉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5일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여기자 2명과 함께 귀국한 뒤 개성공단 근로자 A 씨 등 한국인 억류자에 대한 석방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개성공단사업 주체인 현대아산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가 교섭에 나섰다.

정부는 북한이 A 씨 문제를 조만간 해결할 의사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아태평화위 최고 책임자인 이종혁 부위원장이 4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기 위해 평양에서 금강산까지 찾아온 것은 중요한 움직임이다. 이 부위원장이 A 씨 석방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도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심을 얻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른 민간 채널로도 유사한 시그널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한 민간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는 “해외에서 만난 북한 당국자가 ‘남측이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근로자 석방 등을 포함한 모든 남북관계가 조만간 풀릴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현 회장과 같은 날 평양을 방문한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북측에 한국인 억류자 석방을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6일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인도적 견지에서 우리 근로자와 연안호 선원들이 석방돼야 한다는 점을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이 같은 내용을 알려 왔다고 소개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일단 사안의 진전에 안도하는 표정이다. 미국은 자국민 구출을 위해 전직 대통령이 비행기를 타고 ‘적진’에 뛰어드는데 한국은 A 씨와 연안호 선원 4명의 석방을 위해 뭘 하고 있느냐는 여론의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도 북-미 관계의 진전과 함께 남북 관계도 진전시켜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과 고립에서 벗어나고 남한 정부와 민간의 경제적 지원을 취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에 한국인 억류자 석방 외에 ‘플러스알파(+α)’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당국자는 “남북 사이에 좋은 일이 생기려면 핵 문제 해결이 진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도 “미국이 요구하는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는 아니라도 북한이 국제사회가 마련한 대화의 틀에 나온다는 태도 표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북한이 핵 문제는 미국과의 문제라고 반발할 경우 협상이 교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은 A 씨 석방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장애가 적지 않아 보인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정치권 일부에서 나오는 대북 특사 파견 제안에도 선을 그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억류자 석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특사 파견 등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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