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성공단 후발기업 정부 상대 ‘줄소송’ 채비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2분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들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남북 정책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홍진환 기자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들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남북 정책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홍진환 기자
“보상금 주면 공단 폐쇄 자인” 통일부 난색

개성공단과 평양 등 북한에 입주한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 이후 개성공단에 입주한 후발 기업들과 용지만 마련했을 뿐 아직 입주하지 못한 입주예정 기업 등 20여 개 업체는 정부를 상대로 다음 달 초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로 하고 소송을 담당할 법무법인과 접촉하고 있다. 이들은 “날로 커지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집단 부도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부도를 막으려면 남북경협 보험금이 조속히 지원돼야 하지만 열쇠를 쥔 통일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양에 생산 공장을 둔 P사 대표도 “지난해 10월 200억 원을 들여 평양 시내에 공장을 지었지만 올해 5월부터 통행 차단으로 공장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며 “정부의 방북 차단으로 큰 손실을 입은 만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이 대표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현재 방북이 가능하지만 유독 내륙 업체들에 대해선 정부가 억류 가능성을 이유로 방북을 불허하고 있다”며 “평양과 금강산 등 내륙에 공장을 둔 50여 개 업체 중 다른 기업들도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개성을 제외하고 북한 내륙에 진출한 기업들은 교역업 399개 업체, 임가공업 164개 업체이며 공장을 세워 투자를 진행한 곳은 평화자동차 등 50여 곳이다. 이들은 이달 15일 ‘남북경협 경제인총연합회’ 발기인 대회를 열고 우리 정부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등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 폐쇄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려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보상금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경협보험의 지급요건을 감안할 때 보상금을 지급하는 건 결국 공단 폐쇄를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포함해 일부 여론도 입주 기업들의 보상 요구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입주 기업에 거액의 세금이 투입되면 다른 국내 중소기업들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부와 당내에선 입주 기업에 적정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이들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까지 정부가 모두 떠안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25일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큰 틀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 기업 활동이 가능하도록 기초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그게 어렵다면 공단을 폐쇄하고, 입주 기업을 철수시키는 등 대책을 세워 달라”고 촉구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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