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후계자가 살던 곳…” 3층 벽돌집 이웃들 화들짝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쾨니츠 구 슈투더 교육장.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쾨니츠 구 슈투더 교육장.
상가뒤 숨겨진듯 위치, 지금은 5가구가 살아

北대사관과 10km떨어져

학교와 200m… 경호 불필요

김정운으로 추정되는 북한 학생이 살던 곳은 베른 주 쾨니츠 구 키르히슈트라세 10번지의 단아한 3층 벽돌집이다. 큰 연립주택 단지의 일부로 키르히슈트라세의 상가 뒤로 숨은 듯 자리 잡고 있다. 3층집을 한 가구가 다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편함에는 다섯 가구 부부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이 연립주택 단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어울리지 않게 ‘뮌스터 켈러라이’라는 거대한 와인회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일하게 눈에 띄는 건물이다. 연립주택 단지 뒷산을 뚫고 나온 듯 거대한 와인창고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회사 앞에 나와 쉬고 있는 직원 2명이 키르히슈트라세 10번지 건물을 가르쳐주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 최근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후계자로 옹립된 김정운이 살았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니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운은 이 주택에서 여동생 김예정(김여정으로도 불림)과 함께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누가 돌봤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여러 정황으로 보건대 북한대사관 직원이 돌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운은 이곳에서 약 200m 거리의 리베펠트 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키르히슈트라세 10번지 집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바로 공립중학교 입구인 힐데스가르트슈트라세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 150m 걸어가면 그 길 끝이 공립중학교다.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관은 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가 있는 쾨니츠 지역에서 10km 정도 떨어진 무리바이베른에 자리 잡고 있다. 정운의 형 김정철이 대사관에서 살면서 다닌 베른국제학교(ISB)도 무리바이베른 내 귐리겐에 있다. 북한대사관 직원들은 대사관 내나 인근에 모여 살고 스위스에서 공립학교에 보내려면 거주지 증명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자녀가 다니는 공립학교도 모두 그곳에 있다. 정운은 북한대사관의 분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던 셈이다. 정철만 해도 보디가드가 국제베른학교를 같이 다니며 그를 지켰고 학교가 끝나면 늘 검은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가 와서 약 3km 떨어진 대사관까지 그를 데려갔다.

그러나 쾨니츠 지역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키르히슈트라세 10번지에서 도로 하나를 건너면 바로 리베펠트의 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로 들어가는 입구다. 이곳은 경호 같은 게 필요 없는 공간이다. 특히 이 공립중학교는 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학교를 찾아가는 길에 행인 여러 명에게 학교의 위치를 물어봤는데 누구나 이곳을 잘 알고 안내해 줬다. 이 학교는 규모가 제법 큰 학교로 뒤쪽의 리베펠트 헤스구트 공립초등학교와 같이 있다. 이 초등학교는 김정운의 여동생이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펠트 헤스구트에는 초등학교(1∼6학년) 학급과 유치원이 있으며, 리베펠트 슈타인횔츨리에는 중학교(7∼9학년) 학급이 있다.

외국인을 위한 적응반과 6학년은 헤스구트 초등학교에 개설돼 있다. 학교 측이 “북한 학생이 외국인을 위한 적응반을 거쳐 6학년으로 등록했다”고 밝힌 것으로 봐서 정운은 처음에는 약 400m 떨어진 헤스구트 학교까지 다녔던 것으로 보인다. 학교 시설에는 잔디구장 인조잔디구장 등 2개의 축구장이 있고 정운이 좋아했다는 농구장도 보이는 등 시설이 꽤 많이 갖춰진 편이었다.

베른(스위스)=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리베펠트 공립학교 책임자가 밝힌 김정운

“1년간 적응반 다녀, 농구 특히 좋아해”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정운(26)이 유학했다고 보도한 스위스 베른 주 쾨니츠 구 리베펠트 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의 상급 감독기관인 쾨니츠 구의 교육 최고책임자 우엘리 슈투더 교육장은 15일 “(정운으로 알려진) 이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렸으며 야심에 차 있었다”며 “그의 취미는 농구”라고 말했다.

슈투더 교육장은 이어 “이 학생은 1년간 외국인을 위한 적응반에 있다가 6학년 때 정규반으로 옮겼으며, 그 후 7학년과 8학년을 이수하고 9학년도 조금 다니다가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페터 부리 슈타인횔츨리 공립중학교 교장은 “이 학생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부지런하고 공명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이 ‘김정운’이라고 보도했던 사진과 관련해 슈투더 교육장은 “일본 기자가 학교 동의 없이 건물 복도에 걸린 과거 학생의 단체사진을 찍어간 것”이라며 “그것은 개인정보보호 대상이기 때문에 접근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학생은 단지 북한대사관에서 일하던 외교관의 자녀로 등록됐기 때문에 그가 김정일의 아들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쾨니츠 지역엔 16개 공립학교가 있으며, 리베펠트 지역의 슈타인횔츨리와 헤스구트 공립초등학교에는 약 60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외국공관 구역 가까이에 있어 학생 중 45%가 외국인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슈투더 교육장은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김정운이 ‘박운’이라는 가명으로 학교를 다녔다고 보도한 후 학생과 교사가 취재에 시달리고 있다”며 “오늘 기자회견을 계기로 학생과 교사를 개인적으로 접촉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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