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정전협정 유효…구속력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北, 궁지 몰릴때마다 美겨냥해 불만 터뜨려
북한군 판문점대표부가 27일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유엔군사령부와 한국 정부가 28일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협정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으며 그 주장도 과거의 되풀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1994년 이후 북한이 정전협정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것만 따져도 이번이 여섯 번째다. 그간의 사례들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북한의 직접적인 비난 상대는 한국 정부라기보다는 미국임을 알 수 있다.
▽한미 합동 반박 공세=유엔군사령부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전협정은 북한을 포함한 모든 서명 당사국에 현재도 유효하고 구속력을 갖고 있다”며 “유엔사는 정전협정의 모든 조항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반 절차를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는 이어 “정전협정은 지난 55년간 한반도에서 정전상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되어 왔으며 지역의 안정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고 평가했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은 1994년 군사정전위원회를 판문점대표부로 교체한 이래 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겠다는 주장과 함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을 주장해 왔다”며 “우리 정부와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을 확고히 지킨다는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나아가 정전협정은 일방의 파기로 무효화될 수 없다. 정전협정은 부칙에 새 협정으로 대체되기 전까지는 계속 효력을 가지며 수정도 상호 합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불만 표시=과거 다섯 차례 북한의 정전협정 무력화 주장을 살펴보면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미국의 한반도 군사력 증강과 한미 연합 군사연습 등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비난하기 위한 대응 카드였다는 점이다. 북한은 △1994년 5월, 미국의 환태평양훈련(림팩) 실시 △1996년 4월, 미국의 한반도 군사력 증강 △2003년 2월, 한미 연합 군사연습 △2003년 7월, 미국의 전력증강 △2006년 8월, 한미 연합군사(을지포커스렌즈)연습을 비난하며 협정 무력화를 주장했다.
또한 공교롭게도 북한이 이런 주장을 한 시기는 안보상황이 극도로 취약해진 상태였다. 1994년 5월은 1차 북핵 위기로 북-미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미국의 경제제재는 물론 영변 핵시설 폭격 주장이 나오던 때였다. 1996년 4월은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이 최고조일 때였다. 2003년에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북한 전체가 비상전시상태와 같았다. 2006년 8월은 미국의 금융제재에 반발해 미사일 발사(7월 5일) 및 1차 핵실험(10월 9일)을 앞둔 상황이었다.
▽북한의 진짜 속내 드러나=북한은 이번에도 미국을 공격하며 정전협정 무효화를 주장했다. 판문점대표부는 성명에서 “버락 오바마를 비롯한 미국의 현 집권자들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영원한 국제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해대면서 남조선을 사촉해 끌어들였다”며 궁극적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북한은 지금 위기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고립돼 있고 내부적으로는 시간에 쫓기고 있다. 남한에는 강경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고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대북 무시정책을 펴고 있다. 우방국인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후계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건강에 이상이 생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늙어가고 있지만 인민들에게 제시한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2012년)’는 3년밖에 남지 않았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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