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김정일 정책 1순위가 ‘자기 안위’… 그럼 주민은?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2006년 10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기자는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온 한 중국인 북한 전문가에게서 북한 정권의 대내외 정책을 분석하는 기본 틀과 관련한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30년 가까이 북한 문제에 매달렸고 특히 최근 10여 년간 북한 핵문제와 대외정책을 집중 연구해온 그는 “북한을 일반적인 국가로 보면 북한 정권의 정책은 그 자체를 납득할 수도, 나아가 합리적인 해석이나 분석도 매우 어렵다”고 실토했다.

이어 그는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 나도는 말”이라며 “북한 정책의 최우선 고려 대상은 김정일 자신의 안위이며, 두 번째는 김일성 수령 일가의 영광, 세 번째는 항일 빨치산 세력 등 당정군(黨政軍)에 포진한 김정일 친위세력의 유지, 마지막이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 향상”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북한 주민은 북한 정권의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를 학문적 연구 성과로 내놓을 수는 없지만 이런 틀로 북한 정책을 분석하면 매우 유용하다”며 “북한의 선군정치가 이런 기조에서 출발한 것이며, 특히 북한이 핵개발에 목숨을 거는 이유도 김정일 자신의 안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자는 당시 반(反)북한 정서를 지닌 중국인 교수의 ‘우스갯소리’쯤으로 치부했다. ‘그래도 한 지역의 최고지도자인데 그렇기야 하겠느냐’는 막연한 반감도 작용했다. 하지만 핵개발을 둘러싼 북한의 행동 양식을 보면서 김정일 정권의 정책은 그가 제시한 틀 외에는 어떤 틀도 합리적으로 해석해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선군정치와 핵개발은 경제 실패로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북한 주민의 불만을 분산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핵개발을 통해 남측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 긴장을 야기함으로써 이를 구실로 손쉽게 주민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남한의 독재정권이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을 과장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정권을 유지해온 수법과 똑같다. 북핵 사태가 갈수록 꼬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김정일의 이런 정책이 2300만 북한 인민을 기아로 몰아넣는 것은 물론이고 8000만 한민족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일을 핀셋으로 뽑아낼 수만 있다면….” 중국의 북한 전문가가 가장 현명한 북핵 사태의 해법이라며 제시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모르지만 8000만 한민족, 나아가 68억 세계인의 바람 아닐까.

하종대 국제부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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