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자위용 핵무기 가져야” 핵주권론 고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박선영의원 등 제기… 민주 “日도 핵보유 주장할 것” 반대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국도 자위용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핵주권론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전적으로 기대기 어려운 만큼 북한의 핵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결국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핵우산 정책은 동맹국이 핵을 갖지 않는 대신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지닌 핵무기나 첨단무기로 대신 보복해준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6일 “미국의 군사력과 핵우산이 한국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확장돼 있으며 확고하다”고 말했다.
‘핵 맞대응론’은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먼저 내놓았다. 이 장관은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핵은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본적인 전략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고 북한이 유사시에 핵을 사용할 징후가 포착되면 핵 보유시설과 발사기지, 운반시설 타격계획을 수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지원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 장관 발언은 우리나라가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뜻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발언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여권 내에서는 핵 보유보다 이번 기회에 미국에 핵우산 확장을 요구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핵을 보유하자는 주장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했지만 최근 비핵화 공동선언이 과연 유효한지를 냉철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이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을 보유했다는 것을 외부에 알렸다”면서 “한반도 비핵화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게 확인되면 그 이후엔 비핵화 약속을 한국에만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핵 주권’의 수준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간 목소리도 제기됐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27일 “우리도 자위용 핵무기를 갖거나 적어도 갖겠다는 선언은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통화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실효성이 없다”면서 “북한의 핵실험 정보를 사전에 알고도 한국에 알려주지 않는 미국에 어떻게 안위를 맡길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비핵화란 목표를 포기해선 안 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은 “우리가 핵 보유를 주장하면 일본도 핵 보유를 주장할 것이고 연쇄적인 핵 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줄곧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협상을 벌여온 만큼 핵 보유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도 “핵주권론은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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