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에 핵을 두고싶지 않은 중국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회피하는 北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강한 비난성명을 발표한 25일(현지 시간)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차에 오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회피하는 北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강한 비난성명을 발표한 25일(현지 시간)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차에 오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대북 영향력 약화 드러나
이례적으로 강경 목소리

북한의 2차 핵실험 후 하루만에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며 속전속결 결정을 내린 것은 무엇보다 15개 이사국 가운데 중국이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중국 외교부는 이날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과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잇따라 “북한이 국제사회 반대를 무시하고 또다시 핵실험을 한 것을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4월 5일 북한이 장거리 위성을 발사했을 때 ‘(북한에는) 평화적으로 우주 개발의 권리가 있다’고 한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 이유는 뭘까.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며 동맹국으로서 경제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북한은 중국의 뜻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없음을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드러내게 됐다. 중국은 또 내심 주변에 핵을 두고 싶어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진행될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출지도 고민이다. 장거리 위성 발사 후 제재 수준을 ‘의장 성명’으로 낮출 때 명분은 “핵실험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명시적으로 금지된 ‘핵실험’을 감행했다.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중조 우호의 해’로 정하고 중국과 북한은 각종 축하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중국은 명분과 원칙상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중국 외교부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행동을 중단하고 6자회담 궤도로 돌아와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도 도외시할 수 없게 됐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은 26일 중국 베이징 국방부 청사에서 한중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북한의 제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중국은 어느 국가 못지않은 난처한 시험대를 맞게 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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