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놔두고 전작권 전환 강행…스스로 안보 보호막 걷는것”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이종구 성우회장은 26일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을 위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성우회장은 26일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을 위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종구 성우회 회장 인터뷰

어떤 상황서 하느냐가 중요
시한 정하는 건 불합리
한미정상, 연기 논의 필요

“북한이 2차 핵실험으로 ‘핵 무장력’을 극대화한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강행하는 것은 스스로 ‘안보 보호막’을 걷어버리는 행위입니다.”

25일 2차 북핵 실험 이후 전작권 전환 연기론이 힘을 얻는 가운데 예비역 장성모임인 성우회 이종구 회장(74·육사14기)은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을 위해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는 문제가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 등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론이 나오는데….

“북한 정권은 예측하기 힘들고 이번처럼 위험천만한 ‘핵도박’을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위협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또 북한 특수부대와 미사일 전력은 계속 증강됐지만 우리 군이 전작권 전환을 전제로 추진하고 있는 전력 증강은 지지부진하다. 이런 마당에 전작권 전환을 강행할 수 있겠는가. 북핵을 저지하려면 강력한 한미군사동맹이 뒷받침돼야 한다.”

―북핵 위기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의 문제점은 없나.

“전작권 전환은 ‘언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하느냐가 중요하다. 2012년까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한국군이 충분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기도 힘들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가 안위와 직결된 전작권 전환 문제를 시한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한미 정상이 공식 합의한 전작권 전환을 늦추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국가간 합의라도 그 전제와 상황이 변했으면 다시 논의해야 한다. ‘자주 논리’로 국회 동의나 국민 의견 수렴도 없이 강행한 전작권 전환은 재고돼야 한다. 한미 양국이 공고한 동맹정신을 살려 북핵 위기를 타개하고 공동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협의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이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향군 주최 정책설명회에서 전작권 전환의 재협상과 시기 연기를 여러 차례 얘기했다. 지금은 군 통수권자로 정치 외교적으로 많은 고려를 할 것으로 본다. 여러 전문가와 단체들로부터 전작권 전환 문제의 심각성도 충분히 파악한 만큼 용단을 내리실 것으로 믿는다.”

―예비역이나 군 원로들이 낡은 전쟁 방식으로 생각하거나 한국군을 과소평가해 전작권 전환을 맹목적으로 반대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비역들도 첨단전술지휘통제(C4I) 체계의 발전으로 전쟁 양상이 변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전쟁지휘 기법이 발전해도 전투 수단, 즉 충분한 억지 전력이 없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국방부의 맹목적인 전작권 전환 추진으로 훗날 안보 공백이 초래될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상희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하는데….

“이 장관 등 군 수뇌부를 여러 차례 만나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요구했다. 장관이나 합참의장 등도 나름대로 입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 안보 여건과 국익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을 강행해도 정말 문제가 없는지 되묻고 싶다. 군 스스로도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잘 알 텐데 안타깝다.”

―미 국방부도 최근 전작권 전환 방침을 재확인하며 한국 방위 공약은 변함없다고 했는데….

“연합사가 깨지면 미국은 한반도 방어 책임에서 벗어나 주한미군을 자유롭게 재편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 이로 인한 안보 공백과 한반도 정세 불안은 온전히 우리 부담이 될 것이다.”

―전작권 전환을 전제로 추진하는 국방개혁안이 예산 삭감에 따른 첨단전력 도입 연기로 논란을 빚고 있는데….

“과거 정부에서 추진된 국방개혁은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를 노린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산물이다. 막대한 예산과 안보 상황에 대한 냉철한 고민을 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바람에 결국 각종 전력 증강계획이 연기되는 등 차질을 빚은 것 아니냐.”

―향후 전작권 전환 유보를 위한 활동 계획은….

“모든 예비역들의 뜻을 모아 이 대통령에게 전환 유보 건의를 하고 합리적 대안도 제시할 것이다. 다음 달 초 전작권 전환 반대 1000만 서명운동 기자회견과 관련 집회를 열어 국민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노력할 것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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