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탄두 소형화 위해 3차 핵실험 욕구 느낄것”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미국 최고의 핵전문가로 평가받는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26일 동아일보 e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 폭발력을 2∼4kt으로 추정해 한국 정부의 추정치인 20kt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최고의 핵전문가로 평가받는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26일 동아일보 e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 폭발력을 2∼4kt으로 추정해 한국 정부의 추정치인 20kt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美핵무기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 인터뷰
“北 플루토늄 26~50㎏ 보유
핵실험 한 번에 6㎏ 소진

10월까지 8㎏ 추가 가능”
“핵실험 없이 소형화 못해
이번 폭발력 2~4㏏ 수준
수만명 생명 앗아갈 규모”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내 최고의 핵무기 전문가. 미국에서 처음 핵폭탄을 제조한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소장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명예소장이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공동소장을 맡고 있다. 금속공학 박사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원을 추방한 지 1년여 만인 2004년 초 처음으로 영변 원자로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5년간 수차례 영변 핵시설을 살펴봤다.》

“25일 북한 핵실험의 폭발력은 2∼4kt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2006년 10월 핵실험에 비해선 분명히 향상된 것입니다.”
헤커 박사는 26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들려줬다.
―한국 국방장관은 이번 핵실험 파괴력을 최대 20kt으로 추정했는데….
“정확한 분석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만 리히터 규모 4.7의 지진파가 발생한 것에 근거해 볼 때 폭발력은 2∼4kt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0.8kt이었다. 참고로 미국의 1945년 7월 첫 핵실험 때의 폭발력은 20kt이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핵폭탄은 22kt이었다.
―북한은 성공적인 실험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6년에 비해 더 성공적으로 보인다. 성패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실험자의 의도다. 원래 그 정도 규모 폭발을 계획한 것이었는지 여부다. 그리고 만약 폭발력이 4kt에 가까웠다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정도 폭발력의 핵무기는 어느 정도 살상력을 갖나.
“(한국 정부가 추정했다는) 20kt이면, 만약 대도시에 터졌을 경우 수십 만 명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2∼4kt이어도 수만 명을 숨지게 할 수 있는 규모다.”
―이런 핵실험이 미사일 같은 발사체에 장착할 만큼 탄두를 소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나.
“북한 입장에서 이번 실험은 그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 한 계단 진전일 것이다. 소형 핵무기 확보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사일에 핵탄두를 자신 있게 장착할 정도의 수준이 되려면 더 많은 실험이 요구될 것이다. 소형 핵탄두를 만든다는 것은 더 복잡하고 정교한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핵무기 소형화는 매우 중요한 단계인데 핵실험 없이는 다다를 수 없다. 북한은 2006년 1차 실험 이후 추가 실험의 유혹을 느껴왔지만 플루토늄 확보량이 적고 국제사회의 제재도 있어 미뤄왔을 것이다.”
―1998년 인도나 파키스탄은 핵실험을 할 때 여러 개를 터뜨렸다, 북한은 이번에도 한 개만 터뜨렸는데….
“북한은 매우 제한된 분량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핵실험 한 번에 6kg가량의 플루토늄이 소진된다. 나는 북한이 6자회담에 따른 불능화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40∼50kg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이번 실험 사용분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임). 북한 당국은 내게 26kg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26∼50kg의 제한된 플루토늄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8000개의 폐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하면 공정과정의 손실을 감안해도 올 10월까지 8kg 정도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 핵시설 불능화의 상징적 조치로 파괴한 냉각탑을 재건하는 데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봤다.
―북한이 이번에 사용한 플루토늄 양은 어느 정도일까.
“정확히 알기 어렵다. 북한은 2006년 핵실험 때 2kg을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너무 적은 분량이어서 믿기 어렵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플루토늄 프로그램과 별개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갖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이 2007, 2008년에 제공한 부품들에 대한 미국의 분석에서 고농축 우라늄 흔적이 발견된 이래 의심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내 개인적 판단으로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연구를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산업적 규모는 아니었다고 본다”며 “북한이 우라늄 프로그램을 할 만한 물자나 기술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이란과 협력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 관점에서, 북한이 추가로 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핵탄두 소형화의 까다로움 때문에 추가 핵실험의 필요를 느낄 것이다.”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 기술 해외 판매나 이전 능력이 더 높아질까.
“실험 그 자체만으로는 핵 기술 이전의 위험도를 더 크게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기존의 모든 핵 관련 합의를 거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은 핵 확산 우려를 높여준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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