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김정일의 애도 전문

  • 입력 2009년 5월 25일 17시 17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상사로 서거하였다는 소식에 접하여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내용의 조전을 보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북한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도 하루 뒤에 신속하게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했던 인연을 고려해 조전을 보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 위원장은 2001년 3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조전을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송호경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 등 4명의 조문단을 서울로 보내 조전과 조화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2003년 8월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아태를 비롯한 관련기관 명의로 조전을 보낸 바 있습니다. 모두 김 위원장과 고인들의 개인적 인연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조문 파동이 빚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00년과 2007년의 남북정상회담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인 1994년에, 그것도 6·25를 일으킨 장본인인 김일성의 죽음을 애도할 상황은 결코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의 조문을 굉장한 신호로 받아들여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습니다. 조전에 있는 내용 그대로 유족에게 애도를 전하는 차원으로 받아들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북한이 진정 사람의 생사를 중시한다면 전직 대통령에 못지않게 평범한 우리 국민의 생명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현대아산의 개성공단 직원 유 모 씨는 오늘로 57일째 억류돼 있습니다. 북한은 그의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노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보낸 조전에 다른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면, 유 씨에게 인도적 배려를 하는 것이 일관성 차원에서도 당연한 수순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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