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에서 주요 걸림돌로 꼽힌 쇠고기 문제도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다. 조엘 해거드 미국육류수출협회 수석부회장은 21일 “우리는 의회에 쇠고기 협상을 재개하라는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해거드 부회장은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 속도가 부진하다”면서도 과거에 비해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미국 축산 농가를 대변하는 이 협회의 태도 변화는 미 의회 비준 과정에서 원군(援軍)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다.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는 여전히 한미 FTA가 미 자동차업계에 불리하다고 보는 인사가 적지 않다. 미 하원 무역소위원회 샌더 레빈 위원장과 FTA 담당위원회인 세입위의 찰스 랭걸 위원장은 “자동차 문제 해결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고 공언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팀 리프 신임 법률고문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한미 FTA 협정안의 수정은 한국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기존 협정을 건드리지 않고 추가 양해를 통해 양국이 함께 윈윈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어제 “합의된 협정문을 새로 쓰자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미국 측이 먼저 해법을 제시해야 하며, 우리가 수용 가능하고 기존 이익의 균형을 해치지 않는 해법이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국회는 지난달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미 정부와 의회도 두 나라 교역 확대와 고용 증진, 안보 동맹 강화에 기여할 한미 FTA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처리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다음 달 16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 FTA 비준 및 발효(發效)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우리 정부도 미국에서 FTA 비준 처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민관(民官) 외교채널을 풀가동해 설득 작업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