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공단, 북 협박에 굴복 말아야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그제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에 밤낮 밀리고 시간만 빼앗기고 있다”며 “개성공단 폐쇄 선언을 하고 사무소와 기업을 철수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개성공단을 출범시킨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부친의 업적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을 그가 폐쇄를 거론할 정도로 개성공단을 둘러싼 북의 협박은 어처구니없고 현대아산 직원 억류 사태는 심각하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A 씨의 억류는 오늘로 52일째다. 억류가 장기화하면서 사망설까지 떠도는 형편이다. 정부는 간접적으로 안전을 확인했다지만 직접 면담은 하지 못했다. 북측의 가혹행위로 A 씨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음식을 주지 않거나 잠을 재우지 않아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가족으로서는 별별 생각이 다 들 것이다. A 씨가 몸 성히 잘 있다면 북이 얼굴 한 번 보여주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북한의 대화 거부로 사태가 조기에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북은 지난해부터 수위를 계속 높이며 개성공단을 흔들고 있다. 북은 다음 행보로 관련 법규와 규정을 멋대로 고쳐 우리 측에 수용하든지 나가든지 택일하라고 위협할 소지가 크다.

개성·금강산 출입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는 ‘북측은 (남측) 인원의 신체 주거 개인재산의 불가침권을 보장하고, 인원이 조사를 받는 동안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북은 남북 합의를 헌신짝처럼 여기고 툭하면 6자회담의 합의도 무시하는 집단이다. 이번에도 납북합의서는 휴지가 되고 말았다. 북이 두 달 전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해 우리 국민 수백 명을 사실상 억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북이 막무가내로 나오면 달리 손을 써볼 도리가 없다. 북의 출입 제한으로 생산량이 줄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30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봤지만 보상받을 길이 없다.

협박에 놀라 조급하게 대응해서 풀 수 있는 사태가 아니다. 북의 협박에 남이 양보를 하면 나쁜 버릇이 더 나빠져 더 큰 굴복을 요구할 것이다. 정부는 개성공단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목표로 장기적 포괄적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북이 억지와 협박을 통해 얻을 것이 없음을 체득할 때까지 우리도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종북(從北)세력의 공세에도 말려들어선 안 된다.

남북합의서에 명시된 대로 개성공단은 남측 인원의 안전을 전제로 존재한다. 이것이 흔들리면 남측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에 공장을 유지하기 어렵다. A 씨 신변에 변고가 생긴다면 개성공단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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