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구호로 시작된 150일 전투, 왜?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5월 7일 19시 05분



북한의 거칠고 과장된 어투는 남한이나 미국 및 일본 협박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내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총결사전', '결사대' 등의 섬뜩한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정은 무엇일까.

▽'150일 전투' 돌입=북한 선전매체들은 최근 150일 전투 홍보에 연일 바쁘다. 150일 전투는 10일부터 노동당 창건 64주년인 10월 10일까지 150일 동안 전체 주민들을 총동원해 괄목할만한 경제성과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7일 사설을 통해 "오늘의 150일 전투는 비상한 각오와 강의한 의지, 불같은 헌신을 요구하는 혁명적 대 진군"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전투명령은 내렸다. … 지금이야말로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일심단결의 위력을 남김없이 폭발시켜… 전당적인 총 동원전, 전국가적인 총 공격전, 전 인민적인 총결사전을 벌여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TV도 매일같이 각 조직별 결의모임 진행 장면을 방영하면서 주민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정 기간을 정해서 주민 총동원령을 내리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애용해 온 수법이다. 70일 전투, 100일 전투, 200일 전투 등의 이름으로 1970년대 3차례, 1980년대 2차례, 1990년대 1차례 진행됐다. 가장 최근은 2005년 7월에 진행된 100일 전투였다.

▽왜 갑자기 전투인가=북한 매체들은 이번 150일 전투의 목적이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해 올해 돌파구를 열어놓기 위한 대혁신, 대비약 운동"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내외용 발언일 뿐 실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1970~80년대 총동원령은 그나마 반짝 성과를 냈지만 제한된 생산자원과 인력을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쏟아 부은 결과 계획 경제를 파탄내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1998년의 200일 전투는 대량 아사자가 발생하는 속에 구호만 남발하고 통제만 강화됐던 대표적 사례다. '전투'란 이름이 붙은 기간에는 사소한 불응이나 반항도 훨씬 엄격히 처벌된다. 주민들의 생계가 달려있는 장사 행위도 매우 제한된다.

몇 년 주기로 반복되는 총동원령은 당국 입장에서 '해이해지는 주민의식'을 새롭게 죄어주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별다른 추가예산이나 자원투입이 없이 이뤄지는 올해의 '전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특히 올해 주민들을 더 옥죄는 북한의 속셈은 외부 식량지원이 모두 끊기고 미사일 발사로 대외여건도 악화된 상황에서 추수가 진행되는 10월까지 긴장도를 높여 불평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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