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좀 산다는 집’엔 한국산 제품 이정도는 있어야…

  • 입력 2009년 4월 27일 16시 41분


북한 당국의 엄격한 시장 통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샴푸와 린스, 향수, 귀걸이, 목걸이 등의 인기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고 사단법인 열린북한방송(nkradio.com)에서 배포하는 소식지 '열린북한통신'이 27일 전했다.

소식지는 "현재 평양의 유한마담(고위급 간부 부인들을 일컫는 말)들 사이에서는 목욕탕에 갈 때 A사의 샴푸, 린스를 가지고 가지 않으면 유행에 뒤쳐진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현재 평양에서 이 브랜드의 샴푸와 린스의 거래 가격은 470g들이 1개에 중국 인민폐로 40~50위안(한국 돈 8000~1만원)이며 비누는 개당 1.5 달러에 거래 된다고 한다.

또한 한국산 목걸이는 개당 150~200 달러에 귀걸이(14K)는 개당 70~80 달러에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산 향수와 자동차 방향제, 냉장고 탈취제, 화장실 방향제 등의 생활용품들에 대한 인기도 높다고 한다. 현재 북한의 아파트 인테리어에서 한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소식지는 전했다.

소식지는 평양시를 비롯한 북한의 주요 도시들과 국경지역 젊은 층 사이에선 MP3이나 노트북을 이용한 한국 영화 및 드라마 시청이 붐이라고 전했다.

주로 중국산 메모리 칩에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담아서 유통하는데 2~3개의 영화가 들어있는 메모리 칩의 가격은 원본 1개당 북한 돈 1만원, 복사본이 5000원, 대여비가 2000원, 노트북의 메모리 칩은 8G용량이 16달러 수준이라고 소식지는 설명했다. 돈이 없어도 친구들과 함께 보면 되기 때문에 대도시 젊은이들 중 한국 드라마, 영화를 안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소식지는 최근 몇 년간 북한에서 인기리에 유통된 한국영화로 '친구' '조폭 마누라' '투캅스' '장군의 아들' 등을 꼽았으며, 드라마로는 '올인' '경찰특공대' '사랑이 뭐 길래' '노란 손수건' '가을동화'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줄리엣의 남자' '야인시대'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 주민들의 집에는 거의 대부분 한국 노래 CD가 1개 이상 있고 주현미, 송대관, 이미자 등 중견가수들의 트로트 곡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20대 젊은 층 사이에선 드라마에 삽입된 발라드 곡이 선호된다고 한다.

다만, 한국의 노래를 부르다가 적발되면 부른 사람은 물론이고 그것을 들은 사람까지 처벌되기 때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피하고 있다는 것.

한국 가요는 밀거래로 들여오는데 북한 장마당에서 '아랫마을(남한을 가리키는 은어)' 것이 있냐고 물어보면 물건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거나, 겨울 같으면 주머니에서 꺼내어 준다고 한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