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국방위, 권력핵심 ‘3호 청사’ 접수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10분


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12기 1차 회의에서 권력구조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중국 소식통들은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선군(先軍)정치를 강화하기 위해 국방위원회를 상설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또 국방위가 노동당의 대남정책 부서가 있던 평양의 ‘3호 청사’를 이미 접수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앞으로 셋째 아들 정운을 ‘상설 국방위’에서 후계자 수업을 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국방위원회 최고 권력기관화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대북 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서 현재 비상설 회의체인 국방위를 상설화해 권력 중추기관으로 만드는 입법이나 조직 개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방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위원들로 구성된 비상설 기구다. 실무 부서가 있기는 하지만 행정 및 의전 업무를 맡고 있을 뿐이다. 국방위는 현재 노동당을 제외한 국가기관 중 최고 권력기관이긴 하지만 비상설 기구인 탓에 김 위원장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방위 개편과 관련한 법이 개정돼 위상이 강화되면 조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위원장에는 군 출신인 조명록 김영춘 오극렬 이용무 부위원장 외에 추가로 당과 내각의 행정 분야 엘리트도 몇 명 더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전망했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매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도 부위원장 중 한 명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후계 구도와 관련해 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경우 후계자로 지목된 후 오랜 기간 노동당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았지만 김 위원장의 아들, 특히 3남 정운은 권한과 위상이 커진 국방위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을 것으로 평양에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김 위원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군부대를 시찰할 때마다 정운과 함께 다녀 군 내부에서는 대충 누가 후계자로 낙점됐는지 짐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생활을 많이 하는 첫째 아들 정남은 올해 들어서야 자신이 후계에서 배제된 사실을 확인한 뒤 낙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부 한국 언론과 외신에서 정운이 후계자로 정해졌다는 소식이 북한 내에 퍼져 있다고 보도했으나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 국방위 각 부서, 3호 청사 입주

국방위의 위상 강화와 맞물려 국방위 각 부서가 이미 노동당의 대남정책과 대남공작 부서가 모여 있던 3호 청사로 옮겨지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3호 청사에 있던 노동당 부서들은 3월 초부터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 시작해 3월 말엔 이사가 거의 끝났다는 것이다. 특히 정운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어떤 공식적인 직함도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사무실은 3호 청사 내 국방위에 마련될 것이라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국방위가 3호 청사에 입주한 것과 관련해 평양에는 ‘평양 03’으로 시작하는 특수 번호판이 새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기존에 평양에서 운행하는 특수차량 번호판은 ‘평양 01(노동당)’ ‘평양 02(2호 청사)’ ‘평양 07(특수부서)’ 등이었다. ‘평양 03’ 번호판은 상설화될 국방위에 사전 배치받은 인물들이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 중국에도 통보 안한 극비작업

소식통들은 국방위 상설화 및 위상 강화를 핵심으로 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은 북한을 비핵화와 개혁 개방으로 유도하려 하기 때문에 북한의 ‘선군정치 강화’를 반기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전에 알면 어떤 식으로든 제지할 가능성도 있어 조직개편 등을 일단락지은 뒤 사후에 양해를 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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