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기술 南이 한수위… 로켓-연료 부분은 北이 앞서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3분


■ 남북 기술수준 비교

北, 30년간 집중투자

사거리 꾸준히 늘려

한국 7월말 위성 발사

세계 10위 자리 목표

국내 과학계는 북한이 5일 ‘광명성 2호’를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로켓 기술 확보라는 성과는 어느 정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진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은 “북한이 1998년 발사한 대포동 1호보다 사거리가 훨씬 긴 로켓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한국이 올해 7월 말 발사할 예정인 소형 위성발사체(KSLV-1)의 대외 효과를 줄이기 위한 ‘김 빼기 작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북한 목표 사거리 꾸준히 늘려

북한은 이번 ‘은하 2호’ 로켓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30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북한은 외부 지원 없이 스커드 미사일을 끊임없이 개량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인 고체와 액체 로켓 엔진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75년 중국에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을 도입하면서 본격적인 로켓 연구를 시작했다. 1989년 사거리 500km의 ‘스커드-C’를 발사한 데 이어 1993년에는 사거리 1300km인 액체 로켓 ‘노동 1호’를 발사하며 1000km의 벽을 깼다.

1998년 8월에는 사거리 2500km의 3단 로켓 ‘대포동 1호’를 발사했지만 3단 추진체가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며 실패했다. 그러나 1단 추진체가 발사지점에서 253km, 2단 추진체는 1646km 떨어진 지역에 낙하하면서 다단계 로켓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2006년 발사된 ‘대포동 2호’(사거리 1만2000km) 역시 엔진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후 이란과 기술협력으로 꾸준히 개선됐다.

전문가들은 은하 2호의 2단 추진체 낙하지점이 목표한 곳에 약 500km 못 미친 것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당초 목적했던 사거리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포동 1호보다 낙하지점이 2배 이상 길어져 사거리는 훨씬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로켓 전문가는 “광명성 2호가 정상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했다면 북한이 사거리 5000∼6000km 탄도미사일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 한국 로켓 기술 이란 북한에 뒤져

북한보다 먼저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한국의 계획은 자칫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 북한이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한 것은 한국으로선 큰 다행인 셈이다. 한국은 2005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KSLV-1을 발사해 세계에서 9번째로 자체 힘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러시아로부터 로켓 기술 이전이 늦어지면서 발사 일정이 올해 7월 말로 네 차례나 연기됐다.

그 사이 북한의 기술 지원을 받은 이란이 2월 3일 자체 개발한 로켓 ‘사피르 2호’로 ‘오미드’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면서 9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북한이 이번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면 한국은 10위 자리마저 넘겨줄 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인공위성 제작 기술 분야에서 북한에 훨씬 앞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우리별 1∼3호, 과학기술위성 1, 2호와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1, 2호 위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선진국의 82%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 기술은 북한에 뒤져 있다. 한국은 KSLV-1 개발 과정에서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핵심 기술인 1단 추진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로켓 추진에 사용되는 연료 기술 역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KSLV-1의 후속 로켓인 KSLV-2 발사 일정을 자체 기술력이 확보되는 2017년 이후로 미뤘다.

○ 한국 로켓발사 앞두고 선수 노린 듯

과학계는 북한이 7월 말 KSLV-1 발사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발사를 서둘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우주전문가는 “한국이 KSLV-1 발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기대 효과를 반감시키기 위해 서둘러 위성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은 2월 광명성 2호를 ‘우주물체’로 정식으로 등록하고 지난달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추진체 낙하 위치를 미리 알리는 등 통상적인 위성 발사를 위한 정식 수순을 밟았다. 반면 한국은 아직 국제기구에 KSLV-1의 발사 일정조차 정식으로 등록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한국도 미사일 사거리 최소 550km는 돼야”▼

목소리 커지는 ‘미사일 주권론’

북한이 5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은 위성체의 궤도 진입엔 실패했지만 사거리와 정확도 등 성능 면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미사일 기술은 질적, 양적 수준에서 북한에 크게 뒤떨어져 대응 전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이날 쏘아올린 로켓의 2, 3단 추진체는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적어도 3100km까지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지난달 11일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2단 추진체의 낙하지점은 발사장에서 3600km 떨어진 태평양 해상인 점을 볼 때 예고지점에 근접한 셈이다.

또 1998년 발사된 대포동 1호의 2단 추진체 낙하지점인 1640여 km보다 사거리가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북한은 이번 로켓 발사 결과를 토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의 엔진 관련 기술과 사거리 연장 등 성능 개량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외에도 남한을 겨냥해 화학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사거리 300∼500km의 스커드미사일 600여 기를 실전 배치했다. 사거리 1500km로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노동미사일 200여 기와 사거리가 3000km로 괌까지 사정권에 두는 신형 중거리미사일(IRBM)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체결한 ‘한미 미사일 협정’에 따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은 1970년대 미국과 ‘사거리 180km, 탄두 중량 500kg 이내’의 미사일만 개발하기로 미사일 협정을 체결한 뒤 19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를 계기로 2001년 1월 재협상을 통해 제한 사거리를 300km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런 성능의 미사일은 유사시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없어 남북 미사일 전력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현무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250km에 불과하고, 미국에서 200기를 도입한 에이테킴스(ATACMS) 미사일도 사거리가 300km에 그친다.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미사일의 사거리는 최소 550km는 돼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기로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제한하는 미사일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장거리미사일 능력을 확보하는 문제는 한미 군사동맹 관계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회원국으로서 미사일 운반체의 비확산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군은 2012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입해 최대 탐지거리가 1000km인 조기경보레이더 등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독자적으로 감시 요격할 수 있는 탄도유도탄 작전통제소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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