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발사 이후 또다른 카드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A: 美와 협상 요구하며 2차 핵실험 할수도

북한이 한 차례 시험발사에 수억 달러가 든다는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통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또 국제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쇼’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궁금증 7가지를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Q. 북한은 왜 장거리미사일을 쏘려 하나.
A.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다목적용이다. 대내적으로는 최고인민회의 12기 첫 회의(9일) 직전이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3기 체제의 출범을 알리는 ‘축포’로 활용할 수 있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내세우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고 대내 결속을 다질 기회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는 핵실험을 마친 북한이 장거리 운반수단까지 마련해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서 핵 협상을 벌이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Q. 국제사회는 왜 안 된다고 하나.
A.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라며 평화로운 우주개발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모든 활동의 중단을 규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 위배된다.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는 무엇을 탑재했느냐를 제외하면 동일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3국이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유엔 결의안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Q.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어떻게 되나.
A.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자동적으로 유엔 안보리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들거나 기존 결의 1718호를 재확인하고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 결의안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의장성명 또는 의장언론성명 발표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발사궤도 등을 통해 발사체가 위성으로 확인되면 제재할 수 없다는 태도여서 어떤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Q.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나.
A. 정부는 1차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로 대응할 방침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거나 독자적 제재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PSI는 미사일에 대한 직접 대응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WMD 확산 방지 조치여서 북한에 당장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없다. 그럼에도 북한은 한국의 PSI 가입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PSI에는 북한에 우호적인 러시아를 포함해 94개국이 가입했다.
Q. 미국이 요격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선 이유는….
A. 미국이 요격 가능성 등 강경대응 카드를 포기한 것은 기술적, 외교적 현실을 고려한 조치다. 우선 요격이 실패하면 미사일방어(MD) 체제 무용론이 나올 수 있다. MD 체제의 성공률은 50% 안팎이다. 또 강경대응을 고집하면 대북 관계 개선이 어려워져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미국인 여기자 2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아직까지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만큼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Q.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6자회담은 어떻게 되나.
A.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의 재개가 필요하다는 게 미국 행정부의 인식이다. 북한은 유엔에 미사일 문제가 상정만 돼도 6자회담이 파탄 날 것이라고 협박했지만 상황은 가변적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던 2006년에는 불과 두 달 만에 6자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일정 기간 냉각기를 거친 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북해 대화 분위기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Q.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이 던질 카드는 또 무엇이 있을까.
A. 북한은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거나 2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어떤 형식의 대응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밝히는 것도 모종의 추가적인 행동을 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분석이 있다. 2차 핵실험을 한다면 미사일 탄두에 실을 수 있도록 소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핵무기와 운반시스템(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했으니 미국은 이제 북-미 직접 협상에 나서라는 얘기인 셈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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