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실세차관 4+1, 수요모임 갖는 이유는

  • 입력 2009년 3월 28일 03시 03분


신성장 동력 어떻게… 교육개혁은 이렇게…

현안 머리 맞대고 토론, 국정운영 힘 보태

“자발적 소통의 장”… 권력집단화 우려도

2월 4일 오후 9시 반경. 서울 시내 모처에 이른바 이명박 정부의 ‘실세(實勢)’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5명이 둘러앉았다.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장수만 국방부 차관.

이들은 이후 매주 수요일 오후 9시 반에서 10시 사이 그 장소에서 모이기로 했다. 해외 출장 같은 불가피한 사정이 없으면 연락을 주고받지 않아도 매주 수요일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만난다.

모임의 명칭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주변에선 구성원이 4명의 실세 차관과 1명의 장관급 위원장이라 ‘4+1 모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모임이 생기기 전 곽 위원장과 신 차관, 이 차관은 이른바 ‘3인 회동’을 자주 했다. 이 만남에 1·19개각 때 국무차장과 국방부 차관으로 기용된 박 차장과 장 차관이 합류한 모양새다.

이렇게 태동한 ‘4+1 모임’은 현재까지 8주째 이어지고 있다. 다만 25일 수요일 모임은 무산됐다. 신 차관이 해외 출장을 간 데다 다른 멤버들도 출장 등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이면 한 주 동안 자신이 처리했던 업무 내용과 접한 정보 등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눈다. 정보 교환이다.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뿐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협조를 다짐하기도 한다.

이들이 모두 실세인 데다 주요 부처의 차관 이상으로 있기 때문에 여기서 논의된 내용들은 빠른 속도로 각 부처 공무원들에게 전파돼 엄청난 추진력을 갖게 된다. 부처 간 업무 협조가 원활해지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는 이 모임의 이름으로 국정 현안에 대한 보고나 건의를 하지 않는다. 이 모임은 ‘MB(이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맨’들의 자발적인 ‘소통의 장(場)’일 뿐 공식적인 계선 조직은 아니기 때문이란다.

모임 때마다 ‘의제’를 별도로 정해놓지는 않는다. 모여서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정책에 대해 난상토론을 하고, 또 어떤 날은 정치적 사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동안 ‘신성장동력’ ‘교육개혁 방안’ ‘4대 강 살리기 사업’ 등이 이 모임에서 논의됐다. 토론과정에서 곽 위원장과 장 차관은 경제 외교안보 부문에, 신 차관과 박 차장은 언론 정무에, 이 차관은 교육 분야에 전문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27일 “이명박 정부의 ‘일하는’ 실세들이 자주 만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전파하고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의견을 모으는 것은 나쁠 게 없다”면서도 “자칫 권력 집단화할 경우 병폐가 나타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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