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의원 후원금 사상최대… 與만 401억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한나라 92% 늘고, 민주는 3% 줄어

박근혜 前대표 3억6183만원 1위

정권 교체에 이어 총선에서도 압승한 한나라당에 지난해 정치후원금이 많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은 2007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줄어들어 ‘여다야소(與多野少)’ 현상이 뚜렷했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2008년 정당·후원회의 수입 지출 내용’에 따른 것이다.

○ 민주 174억원 민노 10억원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회 모금액은 모두 634억 원이었다.

후원회 모금액으로만 따질 경우 16대 대선을 치른 2002년 575억 원의 기록을 깬 역대 최다치다. 지난해 18대 총선을 치르면서 지역구에 후보자로 등록한 국회의원의 경우 연간 모금 한도액이 평년의 두 배인 3억 원까지 허용됐기 때문이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금액이 401억 원으로 2007년 209억 원에 비해 92% 늘었다. 반면 민주당은 174억 원, 민노당은 10억 원으로 2007년보다 각각 3%와 21%가 줄었다. 이 밖에 △자유선진당 28억 원 △친박연대 2억5800만 원 △창조한국당 2억5500만 원 등이었다.

국회의원 후원금의 총 기부 건수는 33만6130건으로 2007년의 34만2432건보다 줄었다. 반면 건당 평균 기부금액은 18만8000원으로 2007년의 12만1000원보다 늘었다.

○ 박근혜 전 대표 1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해 여야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3억6183만 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박 전 대표는 2007년에도 3억1602만 원을 모금해 2위였다.

모금액 상위 10위 가운데 민주당 김동철 의원(2위)과 김우남 의원(6위)을 제외한 8명이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선거가 있는 해에 한해 모금할 수 있는 한도액인 3억 원을 넘긴 의원은 모두 55명이었다. 연간 한도 초과액은 다음 해로 이월된다. 하지만 3억 원 한도를 채운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모금했을 때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경고 또는 고발 조치된다.

여야 지도부 가운데 홍준표 원내대표는 3억87만 원으로 49위,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3억288만 원으로 39위, 원혜영 원내대표는 3억482만 원으로 34위였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5806만 원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이 총재 측은 “주변에 후원금을 부탁하거나 계좌번호를 알리는 등의 모금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친박계 의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서상기 의원은 3억4569만 원을 모금해 3위였고 윤상현(8위), 서병수 의원(9위) 등도 ‘톱 10’에 들었다. 300만 원을 넘는 ‘고액기부금’ 순위에서도 박 전 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각각 1, 2위였다.

하지만 친이명박계에선 2007년 8위였던 정두언 의원의 경우 2억9656만 원으로 83위로 떨어졌다. 또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한도액을 넘긴 3억650만 원을 모금했지만 30위였다.

○ 지자체장, 지방의원 ‘보험용’ 후원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경우는 90여 건이었다. 현역 의원은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이들에게 ‘보험용’ 기부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전 서울시당위원장인 공성진 의원은 지역구인 강남을의 구의원 3명과 시의원 2명으로부터 300만∼500만 원씩 후원받았다. 또 김한겸 거제시장은 거제를 지역구로 둔 한나라당 윤영 의원에게, 전갑길 광주 광산구청장은 광주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강기정, 김영진 의원에게 각각 500만 원씩 냈다.

정치자금을 내면서 신원을 밝히지 않는 ‘얼굴 없는 돈’도 여전히 많았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연간 300만 원 초과 기부자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의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고액 기부 3719건 가운데 직업란을 비운 경우는 106건으로 전체의 2.9%였다. 하지만 직업을 밝히더라도 회사원(562건·15.1%) 자영업(512건·13.8%) 사업(283건·7.6%)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적는 경우가 많았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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