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더이상 유예않고 내년 시행”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이영희 노동 “복수노조 허용은 국제적 기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복수노조 허용 등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사진)은 25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간담회에서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금지하는 법조항을 더는 유예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재천명했다. 이 장관은 “복수노조 설립은 보편적인 국제기준인 만큼 기업이 이를 받아들이고 적응할 필요가 있다”며 “복수노조의 경우 법 시행 이전에 노사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명시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1997년 제정됐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세 차례 유예돼 내년 1월로 시행이 미뤄졌다.

내년부터 회사가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규모가 작은 영세 사업장의 노조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조합원 100명인 노조의 평균 연간 조합비는 2317만 원으로 전임자 1명의 임금인 연 3232만 원보다 적었다. 결국 100명 이하의 사업장에서는 노조 활동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 문제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만 되고 공론화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와 노동계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정부는 처리가 시급한 비정규직법 개정과 일자리 나누기 등 경제위기 극복 노력에 노동계의 협조가 필요해 이 문제를 굳이 거론하지 않았다. 노동계도 이를 부각하면 “경제위기 속에서 밥그릇 챙기기에만 관심 있다”는 비난을 받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장관이 ‘법 시행 유예 불가’를 재천명한 것은 ‘당장 상황이 어렵지만 올해가 아니면 잘못된 노사관계를 바로잡을 기회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성폭력 사태, 산하 사업장의 이탈 등 균열 조짐을 보이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비상대책위’에 참여하고 있어 판을 깨지는 못할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노동부가 최근 지자체, 교육청, 공공기관 등의 불합리한 노사 단체협약을 지적하고 나선 것도 잘못된 노사 관행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개선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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