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휴먼 뉴딜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5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중산층 살리기를 위한 ‘휴먼 뉴딜’을 띄웠다. 휴먼 뉴딜은 사교육비 주거비 의료비를 경감하고 인적 자원 투자를 통해 미래의 중산층을 키워내자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삽질(건설사업)’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성장동력을 사람에게서 찾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특히 휴먼 뉴딜의 핵심 과제로 사교육비 절감과 입시제도 개선을 꼽고 있어 목표가 상당한 수준까지 이루어진다면 박수를 받을 만하다.

▷빈부격차 확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1998년 0.295에서 2007년엔 0.34로 악화했다. 지니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다. 지난해 가계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국내에서 중산층을 떠받치고 있던 양대 축인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이 동시에 위축되면서 중산층 대열에서 밀려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이른바 신(新)빈곤층이다. 중산층이 일단 빈곤층으로 떨어지면 다시 상승하기가 무척 어렵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부분의 나라가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중산층의 붕괴를 막기 위해 소득을 늘려주거나 소비지출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강한 중산층, 강한 미국’이라는 깃발 아래 국민의 95%를 중산층으로 육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은 녹색 일자리 창출, 고용창출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근로계층 감세, 공교육 강화 등이다. 일본도 기업에서 해고되는 근로자가 쏟아져 나오자 주택 보조와 재취업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관심을 끄는 조어(造語)를 많이 생산했다. 환경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녹색 뉴딜에다 스몰 딜(small deal), 실천내각, 속도전, 워룸(비상경제상황실), 위대한 국민을 위한 원로회의 등 한꺼번에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국정 관련 조어를 쏟아냈다.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중산층을 살리겠다는데 굳이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정부가 그동안 화려한 ‘간판 달기’에 걸맞은 성과를 냈는지 먼저 묻고 싶다. 휴먼 뉴딜도 이름값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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