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졸브 강한 불쾌감 표시
로켓 발사하면 어차피 제재
긴장 고조 선제조치 해석도
북한이 지난해 6월부터 미국이 제공해 온 인도적 식량지원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미 정부에 통보했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식량지원을 받고 싶지 않다는 뜻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통보시점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 3일 전쯤인 것으로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우드 대변인은 “미국의 식량지원 프로그램은 궁핍한 북한인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거부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은 6자회담과 아무 관계가 없으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진정한 인도적 관심에만 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북한 식량 사정이 좋지 않고 주민들 처지에서는 식량지원을 원한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걱정스럽기도 하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서 40만 t, 미국의 비정부기구(NGO)를 통해서 10만 t 등 총 50만 t 지원을 약속했으며 현재까지 16만9000t이 전달됐다. 이런 조치는 식량분배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5년 식량지원을 전격 중단한 지 3년 만의 일이었다.
이날 국무부는 북한이 왜 식량지원을 거부했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로켓발사를 둘러싼 긴장 고조 및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 실시와 관련한 현 정세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북한이 다음 달 초라고 명시해 온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할 경우 어차피 미국의 식량지원이 중단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해 나온 선제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최근 식량분배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및 한국어 구사요원 증원 요구 등에 대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빌미로 북한 곳곳을 들여다보고 염탐하려는 속셈”이라고 불만을 표시해 온 것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한편 북한에 식량을 제공해 온 국제구호단체 ‘머시 코어(Mercy Corps)’ 조이 포텔라 대변인은 “북한이 ‘머시 코어’를 포함해 5개 단체에 이달 말까지 북한을 떠나라고 통보했다”고 AFT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올해도 117만∼184만 t의 식량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에 따르면 수요량은 548만 t인데 전년도 생산량은 421만 t 정도여서 부족량은 약 127만 t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WFP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공개한 북한식량 상황에 따르면 외부지원이 없을 경우 약 184만 t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제공해 오던 연간 40만∼50만 t의 쌀 지원과 WFP를 통한 옥수수 지원(5만∼10만 t)을 중단한 상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