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국회 더는 안된다” 한나라 소장파 개혁안 봇물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여야합의 없이도 의안 자동상정”

“거수기 강요하는 당론투표 금지”

법사위 기능 축소-상시국회제 주장

당지도부-소수야당 반대가 걸림돌

정치개혁 논의가 여당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여야의 ‘법안 전쟁’에서 드러난 국회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국회 운영 방식 개선과 정당 개혁을 통해 제대로 된 의회정치의 틀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최근 임시국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당 지도부에 불만이 큰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들이 개혁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중진들의 협조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야권도 냉담한 반응이어서 이 같은 논의가 실제 개혁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정치개혁 논의 본격화=한나라당 내 소장 개혁 의원 13명이 참여하는 ‘민본21’(공동간사 김성식 주광덕 의원)은 13일 ‘선진정치를 위한 법률 개정안’ 보고서를 마련했다.

보고서는 12개 주제를 선정해 이에 맞춰 국회법이나 정당법을 고치기로 했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 설정 문제’와 ‘원내대변인제 폐지 및 상임위 대변인제 도입’ 등 민감한 안건은 빼기로 했다.

보고서는 크게 국회 운영 방식 개선과 정당개혁으로 나뉘어 있다.

국회 운영과 관련해서는 △의안 자동 상정 보장 △상임위원회 중심 운영 △법제사법위원회 기능 축소 △상시국회제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권영진 의원은 “국회가 파행되는 큰 이유가 의안을 상정할지 말지를 여야 합의로 결정하는 관행 때문”이라며 “의안을 자동 상정하게 하면 각 당 지도부가 나설 이유가 줄어들고, 원내대표의 과도한 권한도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당개혁은 좀 더 민감하고 과격한 요구를 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사안별로 정하는 ‘당론’을 금지토록 하고, 상향식 공천제를 전면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당론 금지를 위해서는 국회법 114조의 2 ‘자유투표’ 조항을 바꿔 ‘정당은 당론을 정해 의원들에게 특정 의안에 대해 투표행위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본21은 국고보조금도 현행 정당별 배분에서 의원별 배분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중앙당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민본21에 속해 있는 정태근 의원은 13일 정부입법을 의원입법 형태로 편법 발의하는 ‘청원 입법’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행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홍정욱 의원 등 민본21에 속해 있지 않은 개혁 성향 의원들도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홍 의원은 “정당이 공천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정치개혁 논의도 한 발짝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 논란=민본21은 다음 달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론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정치개혁이라는 화두가 논의 단계를 넘어서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정치개혁 논의는 결국 기득권을 내놓으라는 요구”라며 “공천권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실현하려는 지도부와 각 계파의 수장(首長)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여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의안 자동 상정이나 법사위 권한 축소 등은 소수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민본21 관계자는 “이번에는 충분한 논의를 하는 데 만족하고 19대 국회부터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민본21’의 주요 정치개혁 방안

1. 상시 국회제 도입 및 의안의 자동 상정

2. 필리버스터 허용 및 표결 처리 보장

3.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금지 및 질서 유지권 강화

4. 강제적 당론 금지 및 의사 표현에 대한 자율권 보장

5. 의원평가제 도입 및 결과 공개 6. 상임위원회 중심의 국회 운영

7.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字句)심사 기능 폐지

8. 상시 국감 도입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

9. 상향식 공천제 전면 시행

10.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 변경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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