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개정 한시가 급한데 한나라 책임감이 없다”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5분


이영희 노동, 비정규직법안 논의 실종에 직격탄

“법개정 한시가 급한데 한나라 책임감이 없다”

“의원입법 한다고 가져가더니… 정책신뢰만 추락

黨에 맡긴게 큰 실수… 다시 정부입법 검토할 것”

이영희 노동부 장관(사진)이 최근 여당인 한나라당의 법안 처리 태도에 대해 “여당이 책임감이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디어 관계법안 처리가 6월까지 미뤄지면서 동시에 의원입법으로 제출키로 한 비정규직법 개정안 논의도 사실상 실종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장관은 2일 주요간부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여당 의원들의 눈치 보기 때문에)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신뢰성만 떨어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이 개정안을 다시 정부 입법 형태로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당초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하려 했으나 한나라당이 의원 입법으로 제출키로 하면서 1월 중순부터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한나라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한 달 반여 동안 10여 차례의 실무협의를 가졌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했으며, 2일 실무회담을 끝으로 협의를 중단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미디어 관계법 등 주요 쟁점 법안에 밀려 2월 임시국회 처리 안건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문제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 중에서 아무도 자기 이름으로 법안을 제출하려는 의원이 없다는 점.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표를 의식하는 의원들로서는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중 상당수가 의원 입법 대신 다시 정부 제출로 개정안을 낼 것을 바라는 눈치다.

한나라당 환노위 관계자는 “대부분 의원이 이 개정안을 자기 이름으로 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법 발효 후 2년 기한이 도래하는 7월 이후에 상황을 보면서 처리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일부 의원은 되레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이 법을 왜 바꾸려고 하느냐. 그냥 놔두든지 아니면 다시 정부 제출로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 장관은 이 같은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에 대해 “법안을 제출하고 통과시키는 것이 입법 기관인 의원이 할일이지, 정부가 대신할 것이면 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가져갔느냐”는 취지의 불만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재·보선과 ‘미디어 관계법 6월 처리’라는 여야 합의도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미디어 관계법만큼이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쟁점 법안이다.

당장 이달부터 공천심사에 들어가는 한나라당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4월 재·보선을 앞두고 또다시 대치정국을 만들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디어 관계법을 6월 중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그 직전에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한나라당이 논의도 하지 않으면서 개정안을 마냥 끌어안고 시간만 끄는 데 대해 속이 타들어가는 분위기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법안 제출을 당에 맡겨놓은 것이 큰 실수”라며 “시간은 없는데 논의도 없고, 도로 가져오지도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는 아주 이상한 상황이 됐다”며 “다시 정부 입법으로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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