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논의 기구’ 미디어법 동상이몽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8분


與 “구속력없는 자문기구” 野 “의견 최대한 반영”

여야 동수로 구성… 언론노조 참여 등 이견

DJ정부때 ‘방송개혁위’ 실질적 성과 못내

국회가 방송법 등 미디어 관계법을 100일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다룬 뒤 표결처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 기구의 구성과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송계에선 1998년 12월부터 3개월간 여야 방송계 시민단체 등이 방송제도 및 구조 개혁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던 방송개혁위원회(방개위)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개위는 방송 현안을 총망라해 논의한 뒤 상당부분 합의를 이뤘으나 지상파 등의 이해관계 앞에서 자문기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적 논의기구는 어떻게 구성되나=여야는 이 기구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산하의 자문기구로 두되 여야 동수(同數)로 추천한 이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역할과 구성에 대해서는 여야의 견해차가 크다. 한나라당은 자문기구인 만큼 말 그대로 자문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이 기구에서 수렴된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구성원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언론노조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나라당의 생각은 다르다. 미디어 관계법에 반대해온 언론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여야 합의는 무효라며 반발해 이 기구에 참여할지는 불투명하다. 자유선진당은 국회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형식을 빌리는 것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구를 구성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구가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 등을 반대해온 상황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기구라는 한계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언론학자는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기구를 만들었다고 해서 달라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서로 트집만 잡다가 기구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결국 100일이 지나도 이번과 똑같은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방개위의 역할과 한계=방개위는 방송 개혁을 명분으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 직속의 자문기구로 설치돼 위원장(고 강원용 목사)을 비롯해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산하 실행위원회에는 3개 분과에 학계 지상파 방송사노조 시민단체 등 이해당사자가 참가해 토론과 투표를 통해 관련 정책을 결정했다. 이들은 대통령에게 제출한 최종보고서에서 2007년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지상파의 디지털전환, 위성방송 개시 등을 제안했다. 이 내용은 국회로 넘겨졌으나 일부만 2000년 통합방송법에 반영됐으며 입법 과정에서 KBS MBC 등 방송사 노조가 반대를 명분으로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방개위는 특히 2001년 KBS2의 광고 폐지, MBC 민영화, 방송광고 자율화를 위한 미디어렙 신설과 같은 방안도 합의했으나 지상파 등의 이해관계에 부닥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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