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 생일파티 뒤에서 굶는 주민, 협박받는 南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외부 세계의 도움으로 간신히 대기근 위기를 넘기고 있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7세 생일상을 거창하게 차렸다. 백두산에서는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생일인 어제와 그제 곳곳에서 경축행사가 열렸다. 한 푼이 아쉬운 나라에서 억압과 곤궁의 주범인 독재자의 생일을 위해 귀한 돈이 탕진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김정일 부자의 세습독재가 계속되는 한 2400만 북한 주민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불행을 돌보는 대신 내부 위기를 외부 탓으로 돌리는 상투적 대결노선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다가는 국제사회의 인도적 관심마저 사그라질 것 같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생일 관련 행사에서 남한을 ‘핵전쟁의 재난을 몰아오고 있는 반통일 호전세력’으로 지목하는 상투적인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비핵화합의를 어기고 핵무장을 한 저들이 뻔뻔스럽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서해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든 북한이 누구를 향해 호전세력 운운하는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벌인 정상회담과 햇볕정책으로 김 위원장과 북한에 대한 추종세력이 우리 사회에 확산됐다. 김대중 정부는 2차 연평해전의 피비린내가 채 가시지도 않은 2002년 9월 부산 아시아경기에 이어 2003년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북한 여성 응원단을 초청했고, 일부 국민은 이들의 미모에 홀려 얼싸안고 ‘민족끼리’를 외쳤다. 그들은 김 위원장의 사진이 비에 젖는다며 울부짖던 응원단이 보여준 북의 실상도 외면했다. 모두 과거의 일이다. 북한은 ‘민족끼리’를 외치면 자동으로 남남갈등으로 이어지던 과거를 재현하고 싶겠지만, 현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가 달라졌음을 깨달아야 한다.

김 위원장의 생일잔치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북한을 바로 보는 데 도움이 된다. 북녘 땅은 유리걸식하는 청소년인 ‘꽃제비’와 강한 영양실조에 걸린 주민을 뜻하는 ‘강영실 동무’가 보편화한 극빈사회로 변했다. 건설현장에선 아직도 ‘맨주먹’과 ‘질통’을 강조한다. 오늘의 북한을 만든 책임이 김 위원장에게 있다는 사실을 누가 부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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