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문제 둘러싼 비상사태 대비책인듯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13일 03시 03분



김정일 전격발탁 軍수뇌 2人은 쿠데타 진압 전문가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1일 군 수뇌부를 ‘북한 최고의 쿠데타 진압 전문가’들로 전격 교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임 김영춘 인민무력부장(한국의 국방부 장관)은 1994년 북한군 6군단의 쿠데타 시도를 진압하면서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1994년 1월 2일 6군단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망하자 이상한 낌새를 채고 당시 군수동원총국장으로 있던 김영춘 대장을 6군단장에 임명했다.

김영춘 대장은 부임 즉시 당시 군 총참모부 보위국장이었던 원응희 상장과 손잡고 6군단 정치위원 등 쿠데타 고위 주모자들을 함남 이원비행장으로 유인해 일거에 제거한 뒤 무자비한 숙청을 단행했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숙청 과정에서 수백 명의 군관과 함북도당 조직비서 등 간부들이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지난해 9월 “당시 주동자들을 강당에 모아 죽였는데 이를 집행한 사람은 김영춘이었고 정치적으로 지도한 사람은 장성택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듬해 6군단 산하 사단을 잡음 없이 전방사단들로 재편성하는 데 성공한 김 대장은 그 공로로 1995년 10월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차수 직함과 함께 총참모장에 임명됐다. 2000년 4월에는 ‘영웅’ 칭호를 받았다.

이영호 신임 총참모장(한국의 합참의장)은 쿠데타 진압방법에 정통하다. 그가 사령관으로 있던 평양방어사령부의 첫째 임무는 평양에 진입하는 병력을 방어하는 것. 이 때문에 평양방어사령관은 쿠데타를 가장 잘 진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함과 함께 충신 중의 충신이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이런 인물들을 군 수뇌부에 임명한 것은 와병설 이후 술렁거리는 군부를 확실히 장악해 ‘만일의 사태’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이 임명된 지 이틀째인 13일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 선출 35주년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후계자 문제를 둘러싸고 심상찮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큰아들인 김정남이 중국 베이징에서 이례적으로 후계자 문제를 언급하는가 하면 북한 언론에는 ‘만경대 가문’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이 표현은 김정일 가계를 뜻한다. 1월에는 주요 부처 위주로 내각의 3분의 1이 교체되고 젊은 경제 관료들이 대거 승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위해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한편 김 위원장 친정체제를 구축해 만일의 사태에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강경파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약 1년 전에 복권된 데 이어 이번에 장 부장의 측근들이 군 수뇌부를 장악함에 따라 북한은 당분간 강성 노선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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