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후계자 경쟁보다 더 치열한 ‘예측대결’

  • 입력 2009년 2월 13일 03시 03분


국방硏 백승주 박사 vs 세종硏 정성장 박사

백승주 “장성택이 밀어주는 장남 정남이 집권”

정성장 “이제강 후원받는 정철-정운에게 무게”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 아들 간에 후계자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의 북한학계에서는 북한의 후계 구도를 바라보는 두 북한연구자의 ‘전망 대결’이 흥미롭다. 백승주(49)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과 정성장(44)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정치학 박사이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북한 후계자 문제 전문가.

백 박사는 그동안 향후 4년 내 승계를 전제로 장성택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장의 후원을 받는 장남 정남(38) 씨의 후계 가능성을 전망해왔다. 반면 정 박사는 당 조직지도부 이제강 제1부부장의 지원을 받는 차남 정철(28) 또는 삼남 정운(26) 씨의 집권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왔다.

두 박사는 북한이 11일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인민무력부장에 임명한 데 대해 서로 다른 논리를 폈다.

백 박사는 “김 부장은 장성택 부장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0년대 후반에 이름을 날린 인물”이라며 “이번 인사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이후 권좌를 거머쥔 장 부장이 좌지우지했다고 볼 수 있어 정남 씨의 후계 구도에 유리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정 박사는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의 공식적인 셋째 부인인 고영희가 2004년 사망한 뒤 우상화에 기여한 인물”이라며 “따라서 그녀의 친아들 정철과 정운의 후계 구도에 유리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대결은 지난해 5월 이래 세 번째다. 백 박사는 지난해 미국 국무부의 요청으로 북한 후계문제를 다룬 논문을 통해 정남 씨의 후계 주장을 내놨다. 이 논문이 동아일보에 소개되자 정 박사는 “장 부장과 정남 씨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두 박사는 또 지난해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60년 기념식에 김 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촉발하자 누가 후계자가 될 것인지를 놓고 같은 논리로 두 번째 대결을 벌였다.

이 때문에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일 아들들의 대결보다 ‘백 박사’와 ‘정 박사’의 싸움이 더 재미있다”는 말이 회자된다.

두 박사는 서로에 대한 평가를 삼갔다. 다만 학계에선 백 박사는 과거 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의 후계자 지명 과정에서 얻은 이론적 틀과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하는 장점이 있고, 정 박사는 김 위원장과 세 아들에 대한 치밀한 역사적 고증에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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